"변호사님, 차용증이 있는데도 돈을 못 받고 있습니다."
"형, 이번 달만 좀 도와줘. 다음 달 월급 들어오면 바로 갚을게."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후배의 부탁이었다. 한 번도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없었고, 어렵다는 사정을 들으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결국 500만 원을 송금했다. "믿는 사이니까 차용증 같은 건 필요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 후, 후배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나는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차용증이 있는데도 돈을 못 받는다고요?
"차용증도 있고, 문자도 다 남아 있는데 상대가 돈을 안 갚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많은 의뢰인들이 이런 고민을 안고 변호사를 찾아온다.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까지 받았지만, 채무자가 갚지 않는 상황.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차용증의 법적 효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효력이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 차용증 법적 효력, 인정받으려면?
차용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법적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하지만 법원이 인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필수 항목이 포함되어야 한다.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와 채무자(빌린 사람)의 인적 사항 (이름, 연락처, 주소)
빌려준 금액과 상환 기한 (정확한 날짜 표기)
이자율 및 연체이자(필요할 경우)
상환 방법(일시불 또는 분할상환, 계좌이체 여부)
채무자의 자필 서명 또는 도장
"변호사님, 차용증에 이자율을 안 적었는데 괜찮을까요?"
이자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대여금 반환 청구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자 청구를 하려면 문서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연체이자를 받으려면 그에 대한 약정이 차용증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3. 차용증이 없으면 떼인 돈을 못 받나요?
"솔직히 차용증을 쓰자는 말이 어색해서 그냥 계좌로 송금만 했어요. 그래도 받을 수 있나요?"
차용증이 없어도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증거가 부족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계좌이체 내역이 있는가? – 현금 거래보다는 계좌이체가 법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문자, 카톡 대화 기록이 있는가? – "형, 500만 원만 빌려줘." 같은 내용이 남아 있다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통화 녹음 파일이 있는가? – 상대가 빌린 사실을 인정한 내용이 있다면 유력한 증거가 된다.
차용증이 없어도 이런 자료들을 종합하면 법원에서 충분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끝까지 부인하면 결국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4. 차용증이 있어도 떼인 돈을 받으려면?
"차용증이 있으니 법원에 바로 소송을 내면 되나요?"
소송은 마지막 수단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단계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내용증명 발송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내용증명을 보내 정식으로 상환을 요구해야 한다.
내용증명에 포함해야 할 내용
빌려준 금액과 대여일자
상환 기한과 연체 사실
일정 기한 내 변제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
이 서류는 나중에 소송에서 "채권자가 돈을 받을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급명령 신청
내용증명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급명령이란?
법원이 채무자에게 "빨리 갚아라"라는 명령을 내리는 절차다. 채무자가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대여금 반환 소송
지급명령에도 응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대여금 반환 소송 절차
법원에 소장 제출
채무자에게 소송 사실 통보
법정에서 판결 진행
판결문 발급 후 강제집행
강제집행
소송에서 이겼다고 끝이 아니다. 상대가 자발적으로 갚지 않는다면 급여 압류, 부동산 압류, 예금 압류 같은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5. 변호사가 조언하는 떼인 돈 받는 현실적인 방법
"그럼 변호사님, 그냥 기다리면 안 될까요?"
기다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떼인 돈을 돌려받으려면?
차용증을 확보했는지 확인하고, 증거자료를 모아야 한다.
내용증명 → 지급명령 → 소송 → 강제집행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채무자가 돈을 숨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조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가 돈을 빌린 사실을 부인할 가능성이 커진다.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차용증 법적 효력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차용증이 있어도 상대가 돈을 갚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차용증이 없더라도 계좌이체 내역, 문자, 녹음 파일 같은 증거가 있다면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믿는 사이일수록 문서를 남겨야 한다. 돈이 오가면 관계도 변할 수 있다. 차용증 한 장이 당신의 돈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