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들어섰다.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표정은 초조해 보였다.
"변호사님, 제 차를 빌려줬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보상을 거부하고 있어요. 심지어 저한테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그는 서류를 내밀었다. 사고 관련 자료였다. 나는 조용히 문서를 넘기며 상황을 정리했다.
"차를 빌려준 상대가 사고를 냈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친구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어요. 저는 중국 출장을 가면서 제 후배한테 차 열쇠를 맡겼는데, 후배가 또 다른 친구에게 차를 빌려줬고, 결국 그 친구가 사고를 낸 겁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운행자 책임’ 때문에 보상을 못 해준다고 하네요."
나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뭔가요?"
그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보험사에서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때문에 제가 운행자로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줄여서 ‘자동차배상법’이라고 부르죠. 이 법은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법입니다. 쉽게 말해, 운전자가 누구든 간에 사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개념이에요."
"그럼, 사고를 낸 사람이 아니라 저한테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핵심 쟁점이죠. 법적으로 자동차 사고의 책임은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즉 ‘운행자’가 지게 됩니다. 그런데 운행자의 개념이 단순하지 않아요. 꼭 직접 운전한 사람만 운행자로 보는 건 아니거든요."
"운행자? 저는 운전한 적도 없는데요?"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운전을 한 건 제 친구의 친구였어요. 저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제가 운행자가 될 수 있죠?"
"운행자란 단순히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아니라, 차량을 관리·통제하고, 그 운행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차량을 실제로 소유하거나, 계속 사용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운행자로 인정될 수 있어요."
"그럼 저는 운행자로 볼 수 없겠네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단순히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운행자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차량에 대한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따져봅니다."
나는 그의 사건과 유사한 판례를 꺼내 들었다.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제 상황과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네. 실제 판례를 하나 설명해드릴게요."
나는 서류를 넘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남성이 렌트카를 임차해서 사용하다가 출장 때문에 차 열쇠를 후배에게 맡겼어요. 그런데 후배가 친구에게 차를 또 빌려줬고, 그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서 동승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 경우랑 비슷하네요.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나요?"
"법원은 차량 임차인인 원래 소유자가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차를 빌려준 것 자체가 차량 통제권을 일부 넘긴 것으로 보았거든요. 결국 법원은 ‘운행자가 완전히 통제권을 잃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일부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어요."
"그럼, 제 경우도 보험사가 보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판례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고, 법원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운행자 책임을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열쇠를 관리한 방식, 평소 차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차를 빌려준 상황이 어떤지 등이 중요하죠."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가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험사에서 계속 책임을 부인하면 저는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나요?"
"우선, 사고 당시 차량을 운행한 사람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차량을 어떻게 관리했고, 누구에게 허락을 했는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보험사와의 협상에서 법적인 논리를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혹시 보험사가 끝까지 보상을 거부하면요?"
"그럴 경우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운행자 책임을 다각도로 검토할 테니까요. 이런 사건은 법적 해석이 중요한 만큼, 대응 전략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변호사님, 제 사건 맡아주실 수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함께 해결해봅시다."
자동차 사고에서 운행자 책임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자동차 사고는 단순한 운전자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차량 소유자도 운행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차량을 빌려줄 때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운행자 책임을 따질 때 중요한 요소
✔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는가? ✔ 운전자가 소유자의 허락을 받았는가? ✔ 차량을 관리하는 방식이 어떠했는가?
보험사와의 분쟁이 발생하면?
✔ 운행자 책임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 보험사의 면책 주장이 적절한지 법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필요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준비해야 합니다.
차량을 빌려준 것만으로도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을 피하려면, 운행자 책임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