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사는 게으름뱅이

그게 나였다...

by 러키승
나는 미루는 습관이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내일 해야지, 모레 해야지, 담주에 하지 뭐~' 결국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와서야 급하게 일처리를 했다. 마음에 찝찝함이 늘 함께였다. 일을 시작하는 순간 발생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했던 것이다. 두려움은 미루는 습관을 고착화시켰다.


하지만 나는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갓생을 살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독서 후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운동과 중국어 공부를 하는 숨 가쁜 루틴을 반복했다. 매일 바쁘게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나의 일상은 바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쁘다고 내가 변하는 것도, 생활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나는 유튜브를 하고 싶었는데 정작 유튜브 영상은 만들어 놓고 업로드하지 않았다. 허접한 영상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최우선순위 일은 요리조리 피하려 하고 후순위 일에 시간을 소비하면서 바쁜 척을 했다. 그것은 게으름이었다.


이번에 회사에 휴직신청을 했다. 내년에 중국에 1년 유학을 다녀오려 한다. 이것도 인사팀에 미리 말해서 일찍 서류를 준비했더라면 좀 더 과정이 쉬웠을 것이다. 나는 인사팀에서 '혹시나 휴직승인을 안 해줄까 봐' 겁을 먹고 마지막까지 물어보지 못하다가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타이밍'에 승인요청을 했다. 물론 그것도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사팀에 조금 더 일찍 물어보고 기간을 정했더라면 빨리 확답을 받고 서류를 준비해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중국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신청과정에서 인사팀과 휴직기간을 두고 갈등이 발생했다. 나는 1월에 바로 중국으로 나가고 싶었고 인사팀은 3월부터 휴직승인을 해주겠다고 해서 서로 신경전을 했다. 어찌어찌 다른 방법으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미리 인사팀의 의사를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봤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의 게으름이 일을 더 힘겹게 만든 꼴이 되었다.


게으름의 자각은 영적성장의 척도이다
- 아직도 가야 할 길 - 스캇백


게으름은 두려움과 같은 말이었다. 현실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지금 현재에서 더 높이 성장하면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습관적으로 나는 매번 게으름뱅이가 되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지금 이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제일 편하니까.


인문학은 나에게 게으름을 경고했다.

나는 경고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오늘 받은 경고 과태료 5만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산금이 붙어 50만원, 500만원, 5000만원으로 불어날 것이다. 내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 될 것이 명백했다. 빨리 과태료를 내고 고지서를 찢어버려야 한다.


매일 나에게 오는 게으름을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하고,

단순한 일보다 복잡한 일을 먼저 하며,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을 선택하면,

나는 진정한 부지런쟁이가 된다.

그것이 진짜 갓생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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