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귀멸의 칼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by 러키승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감정이 위로 널뛰기도 하고 아래로 꺼지기도 하는, 남들이 보기에 '아주 쉬운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널뛰기만 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나는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것이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조용히 길게 장수할 수 있는 거라고 모두들 말했다.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를 억누르면서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예의 지키다가 내가 먼저 숨 막혀 단명할 것 같았다.

세상에는 먹고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세상 빨리 가고싶지 않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러다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날 웃게 하는 것과 울게 하는 것

나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무거울 필요도 없다. 그냥 피식 웃어도 좋고 찔끔 울어도 좋았다.

매일 감정을 '억지로 조절하는 연습'에 길들여진 나에게는 '내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분출시켜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너무 소중했다.

BTS를 좋아했다.


그들은 나를 웃게 해 줬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지만 몇 년 전 덕질을 하며 그들을 사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을 보면 난 웃음을 표출할 수 있었고, 힘든 현실에서 잠깐 도망칠 수 있었다.

도망친 그곳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그들의 유머와 순수함, 매력적인 외모에 빠졌고, 그들에게 내 시간과 돈을 바칠 가치가 충분하다 여겼다. 그래서 그들에게 고마웠다. 그들은 내 존재조차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당시 내가 살아 있다고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는지도 모르겠다. BTS를 좋아하는 동안 힘들었던 현실의 터널에서 가까스로 나올 수 있었고 바깥공기는 신선했다. 그렇게 BTS는 나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요즘은 귀멸의 칼날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것은 나를 울게 해줬다.

작고 약한 주인공이 사람을 잡아먹는 혈귀들과 싸우고 사람들을 구할 때마다 감동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위해 싸우던 주인공이 혈귀에서 죽임을 당할 때는 슬픔에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귀멸의 칼날은 나에게 눈물을 선물했다. 눈물을 흘리며 나의 감정을 내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든 직장인은 알 것이다.


웃음과 눈물을 분출하고 나면 쾌감을 느낀다.

쾌감의 원인이 외부에 있어서 안타깝지만 아직 괜찮다. 나를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니까.

외부의 자극에 의한 웃음과 눈물을 모두 흩어버리고 나면 내면의 웃음과 눈물도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그런 내가 조금씩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과정은 나를 깊게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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