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이라는 착각, 위험이라는 팩트
현재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다.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입에 풀칠은 가능하게 해주는 월급이 끊김 없이 내 통장으로 매월 찍힌다. 감사한 직장이라며 열심히 다니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은 잠시 뿐, 평생직장 부럽다는 말이 내 마음에 그닥 들어 오지는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이라기엔 내 생활이 아주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물가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나의 월급은 많이 쪼그라들었다. 월급은 인상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상황을 두 눈 뜨고 막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차가 쌓이고 업무부담은 커지지만 생활비는 점점 모자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숨이 막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나 의심도 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라는 말로 위안을 받으며 어제와 똑같이 살아갔다.
그렇게 현실이 점점 팍팍한 상황으로 불리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는데도 미래는 장밋빛일 거라며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유리한 해석이 아닌 어리석은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은 나의 인생책인 <연금술사>였다.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산티아고는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여기저기 떠돌다가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까지 전쟁은 항상 사막의 모래 한복판에서만 있었고 오아시스는 평화지대였다. 하지만 어느 날 산티아고는 군대가 칼을 빼들고 오아시스로 쳐들어 오는 환상을 본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고 미래의 예견이었다.
이제는 사막이 안전지대요,
오아시스가 위험한 곳이었다.
-연금술사, 파울로코엘료-
직장에 먼저 들어온 10년 이상 선배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대출과 노후대비는 그들의 얼굴을 검게 만들었고,
스트레스는 술로 이어졌으며, 술은 현실을 더욱더 직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다들 까칠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자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팩트라는 것을 말이다.
10년 후에도 저들처럼 살고 있다면 이곳이 정말 안정적인 직장이 맞는 걸까?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위험은 직장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 안에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살면 가난과 질병이라는 불행은 나에게 올 것이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상황파악과 현실직시로 나는 내 삶의 방향을 틀지 않으면 안 됐고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가깝게는 재테크에 눈을 떴고, 멀리는 직장을 떠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목표를 세우고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배는 안전한 항구에 머무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괴테-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말만 들으면서 살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 사물, 환경의 변화를 해석하며 어떻게 하면 나에게 유리하게 적용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현실을 알고 인정하고 변화하는 것, 이제 그것이 나의 습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