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깊이 파고파고
요즘 자기계발에 진심인 직장인이 한둘인가.
본업이 끝난 후 남은 시간을 그냥 '소비'하지 않고 독서나 운동으로 '투자' 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나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출근 전에는 독서와 토론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으로 개인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혼자 뿌듯한 날들이 이어졌으나 체력은 그렇지 못했다. 점점 몸이 아파왔고 힘들었다. '이런다고 되겠냐?' 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무기력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갓생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지속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인문학 공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면 조금씩 삶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생각이 뚜렷해지면서 나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사람과의 관계도 점점 편해졌다. 멈출 수 없는 공부였다. 하지만 회사 업무는 바쁘고 시간도 없고, 몸은 고단하고...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리저리 고민해 보다가 생각난 것은 '효율화'였다. 회사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를 한다면 야근도 없을 것이고 정신적인 소모도 줄어들 것이었다. 내가 지금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곳이 직장이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업무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에너지와 시간을 최대한 저장하는 것이 필요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정신적 자유를 위해서는 인문학이 꼭 필요했고,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시간확보가 필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업무를 빨리 처리할까. 불필요한 외부요소를 모두 제거해 버리는 것, 핵심만 남기고 본질을 향해 단순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이 업무속도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때 갑자기 일론머스크의 제1사고원칙이 생각났다. 너무 유명한 '일론머스크의 제1원리사고' 인터뷰를 찾아봤다.
일론머스크의 제1원리 사고(일론머스크 인터뷰에서 발췌)
-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사실로 쪼개고, 기초부터 다시 조립하는 것
- 기존의 상식들을 모두 제거하고 '무엇이 사실인지'를 깊게 파는 것
- 실제 적용 사례(예시: 배터리의 가격)
- 배터리 팩은 너무 비싸다. 대부분 사람들은 배터리는 계속 비쌀 것이라고 말한다.
- 하지만 정말 그럴까? 왜 배터리가 비쌀까 생각해 본다.
- 배터리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재료로 쪼개어 생각해 본다.
- 배터리를 원재료로 세분화하면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폴리머, 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 재료들을 -런던 금속거래소- 에서 각자 사면 얼마가 될까?
- (계산결과) 재료단가를 합산하면 약 80달러/kWh이다. (당시 시장에서 배터리 가격은 600달러/kWh)
- (결론) 조립방식의 비효율 때문에 비싼 것일 뿐 원재료를 효율적으로 조립하면 훨씬 저렴해진다
일론머스크의 사고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1. 기존의 사고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2. 문제를 세분화하고(본질로부터 다시 시작하라)
3. 근본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 조립한다. 그러면 전혀 다른 해결책이 나온다.
일론머스크의 사고법은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X, 솔라시티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혁신'의 근본임을 알 수 있다.
9월쯤 나에게 관리센터 리모델링이라는 큰 업무가 떨어졌다. 예전에 나였다면 이걸 어떻게 하냐. 너무 일이 많다. 하면 찡찡대고 힘들어했겠지만 본질을 보려고 노력했다. 리모델링을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했고, 이전에 했던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봤다. 리모델링의 이유는 첫째로 기존장비실의 확장, 두 번째는 직원 근무환경개선이었다. 협소한 장비실에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장비들을 과감히 버렸더니 공간은 꽤 넓어졌고, 사무실에서 '나중에 사용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가전제품, 집기들을 버렸더니 근무공간이 쾌적해졌다. 리모델링 계약과 비용처리에 필요한 각종 절차도 기존에 따르던 방식은 배재하고 필요한 것만 했다. 종이로 오고 가는 서류는 모두 전자로 주고받았고, 꼭 해야 할 보고가 아니면 하지 않고 내가 처리했다. 보통 보고를 잘해야 상사의 예쁨을 받는다고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팀과장님은 자주 보고하지 않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않으셨는데 나도 굳이 팀과장님의 반응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결과가 모든 걸 증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만족할 만큼 잘 나왔고 팀과장님도 꽤 만족하셨다.
실로 욕망을 영원히 벗어난 자만이 비밀스러운 본질을 볼 수 있다
-노자-
리모델링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불필요한 걸 생략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본질만을 붙잡고서 과감하게 일을 추진했더니 시간은 오히려 남았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잡시간이 많았음을 알게 된 것이다.
추구하는 목표의 본질만 잘 지킬 수 있으면 무엇이든 대범하게 넘겨라
-보도셰퍼, 멘탈의 연금술-
본질은 보이지 않는 이면이고 근본적인 원인이다.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나에게 오는 상황이나 관계, 감정 등에 대입을 해본다면 일론머스크처럼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삶 전체 '효율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