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말들

어느 요양원에서(5, 마지막 편)

by 무심

요양원의 일상은 단조롭다.

하지만 그 단조로운 풍경 사이로 사람의 진심이 비집고 나오는 순간들이 있다.

투병의 시간만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일까.

함께 산책길을 걷다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다가, 혹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숟가락이 느려지는 순간.

그들은 깊이 감춰둔 자기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나는 막내예요. 엄마는 나를 낳고 싶어 하지 않았대요. 그 말이 늘 가슴에 걸려 있어요.


​어릴 땐 심장병이었어요. 이제 살만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폐암이네요.


간암 재발했다고 그러는데, 하나도 안 아파. 나름 관리도 잘 했는데, 또 암이라니...


​죽어도 어쩔 수 없죠. 여기 너무 답답해요.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다 갈래요.


​나 이래 봬도 남자친구 있어. 시골에서 같이 살기로 약속했는데, 꼴이 이렇게 됐어.

읍내 교회 좀 다녀올게요. 이렇게 화사하게 입고 가야 사람들이 아픈 사람인 줄 몰라요.


​호스피스 병동에는 절대 가기 싫어. 무서워도 좋으니 어떻게든 혼자 죽고 싶은데...


​남편 살리려고 신장 하나 떼줬어. 다들 그래서 내가 암에 걸렸다고들 해. 그런 말 정말 듣기 싫은데.


​평범한 대화 속에 섞여 들던 독백 같은 그들의 말들.

어딘가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 오르는 그 말들은 각자의 열망이었고, 절망이었고, 원망이었으며, 가슴 시린 회한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내 속에 살아 있고, 나는 그 말들 사이에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