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극치, 시인의 시를 만나며 시심을 부풀렸던 나의 늦은 문청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시인의 자필사인 시집 3권(간드레 출판사 刊)을 부탁했다. 그리고 국밥 한 그릇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넉넉하게 시집대금을 입금했더니, 어림없다는 듯 그에 상응한 시집을 더 보내주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도 또 염치없이 세 분의 성함을 알려드렸다. 시집은 각각 저자 사인본으로 도착했다. 오히려 폐가 되었다.
지난 여름, 그 뜨거운 시간을 이윤학 시집과 함께 지냈다.
천상 시인이구나, 고개 주억거리며 읽었다.
p.14 「부레 옥잠, 꽃 피다」는 시에서 부레 옥잠이라는 식물에 대하여는 단 한 마디의 언급이 없다. 호두 까먹는 모습의 칠면조, 계분가루 날리는 닭, 참 두릅 따 먹은 이야기, 애마(구형 카니발) 물청소 하는 남자, 승합차 타고 가는 동네 노인(아마도 치매를 앓고 있을 듯한)과 아들, ....이런 풍경들에서 부레 옥잠이 꽃을 피웠다고 진술한다.
시 「폐등대」를 읽으며 ‘그는 아름다운 남자다.’고 혼잣말을 했다. 아름다워서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남자. 이번 시집의 제목이 여기서 나온 듯.
'당신은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본문 행행이 명문장이다. 행간이 깊어 그를 무장무장 상상하게도 한다.
「슈크림」, 「환삼덩쿨」... 그의 시가 그랬다. ‘마사토’에서도 한마디 언급 없다. 그렇지만 한 여자의 生이 마사토처럼 엉겨 붙을 데 없다는 데서(나처럼^^) 시 제목 ‘마사토’는 무릎을 치게 했다.
시집의 첫 시「별들의 시간」 에서고운 입김으로 그 이름 부르기 위해 겨울산 정상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인의 서정이 좋다. 우리가 대충 엿듣고? 알고? 있는 시인은 술 좋아하고 술에 인사불성 되고 휘는 시인으로 간간히 전해 들었던 것 같다.
왜 시인은 그래야만 했을까?
시에, 자기의 삶에, 시인이라는 명분에 지극히 진실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은 진정한 시인으로만 살기에 천부당만부당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이토록 아름다운 서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서정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시인의 시편들에 매혹되어 왔던 변방의 시인이 감히 몇 자 감회를 적는다.
무례와 오해가 있었다면, 저의 짧고 어두운 안목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압.ㅡㅡ(유현숙, 지난 여름 시집 갈피에 간간히 해 둔 메모를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