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봄볕 소묘
안양암 마당에 햇볕이 착하다
갓 닦아 놓은 툇마루까지 볕이 가득 찼고 그 볕을 깔고 앉아 쳐다보는
처마 선이
허공을 물고 나는 학 같다, 대목의 대팻날이 저리 부시다
아랫배가 둥근 비구니 마당을 질러간다
뼈가 비치는 모서리도 살을 가린 담장도 두루 지운 뭉툭한 몸에
큰집을 들였다
배 밖으로 튀어나온 느린 그림자의 무릎이 다 닳았고 대팻날에 깎인 용 마루가
맑고 차다
돌계단에 쪼그려 앉힌 길상수吉祥獸들 돋을새김한 화염문火焰紋이
그대로 화염인데
미망 못 사른 내가 봄볕 물고 서 있다
범종각 앞에 눕혀 둔 나무 팻말 하나
그대 발길 돌리는 곳이라고 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