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두족류
맞은편 의자에 앉은 여자의 흰 손이 남자의 허벅지에 붙어 있다
낙지발 같다
전동차 안이 푸르러지고 풀어헤친 머리칼이
물풀마냥 물결치고
진흙구멍을 막 빠져나온 긴 낙지발이 여자의 가는 손가락이
개흙바닥 위를 긴다
폐선처럼
개펄에 빠진 어구처럼
낡아서 삐걱대는 저 남자 반쯤 잠들었다
덜컹 전동차가 흔들리고
남자의 아랫도리에서 덜컹 낡은 부속품들이 흔들리고
창밖에는 저녁놀이 흐르는데
가압류 딱지가 붙은 섣달그믐이 붉디붉은 인주 빛이다
고철처럼 남자의 가랑이 사이가 산화하고
여자의 손가락이 흠뻑 녹물에 젖는다
간 여름의, 등이 뜨거워진 왕새우 떼들 손등에서 튀어 오르고
남자의 전신에다 흡반을 댄
저 여자
너풀대는 물풀 속에 웅크린 한 마리 두족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