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by simjae

by 심재
KakaoTalk_20240903_000947342_08.jpg


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산탄처럼 새 떼들이 흩어지는 들판을 가로 질러

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가라, 어둠 속을 저벅거리며 한때 세상의 끝까지 몰렸던

뜨거운 맨발이여, 사이렌이여!

영등포 찍고 천안 찍고 대전 찍고 전도연이 머리를 잘랐던 밀양도 찍고……

몸을 싣고 꿈을 싣고 마음을 싣고

당신은 떠나네

내 몸에 박힌 어둠은 한 밤에도 빛나고 자정이 지나도 능소화 덩굴은

목책을 휘감네

차창으로 읽고 가는 풍경은 액자 속에 남은 한 소절의 지루박이네

이과두주의 향기가 사지로 퍼지기 전에 주검의 꼬투리에 매달린 거미의 내장이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내 주검은 내가 수습하네

부주키Bouzouki를 연주하는 늙은 악사의 눈에는 눈물도 고이지 않네

낡고 처진 선율은 철길을 베고 누워 흔들리고

부식된 철 부스러기는 조각난 사랑의 말씨 같네

내 사랑은 어둠을 견디는 전설이네

아, 마지막 체위였네

기차는 언제나 여덟 시에 떠나네



*데오도라키스의 곡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에서 차용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1화도라산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