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산탄처럼 새 떼들이 흩어지는 들판을 가로 질러
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가라, 어둠 속을 저벅거리며 한때 세상의 끝까지 몰렸던
뜨거운 맨발이여, 사이렌이여!
영등포 찍고 천안 찍고 대전 찍고 전도연이 머리를 잘랐던 밀양도 찍고……
몸을 싣고 꿈을 싣고 마음을 싣고
당신은 떠나네
내 몸에 박힌 어둠은 한 밤에도 빛나고 자정이 지나도 능소화 덩굴은
목책을 휘감네
차창으로 읽고 가는 풍경은 액자 속에 남은 한 소절의 지루박이네
이과두주의 향기가 사지로 퍼지기 전에 주검의 꼬투리에 매달린 거미의 내장이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내 주검은 내가 수습하네
부주키Bouzouki를 연주하는 늙은 악사의 눈에는 눈물도 고이지 않네
낡고 처진 선율은 철길을 베고 누워 흔들리고
부식된 철 부스러기는 조각난 사랑의 말씨 같네
내 사랑은 어둠을 견디는 전설이네
아, 마지막 체위였네
기차는 언제나 여덟 시에 떠나네
*데오도라키스의 곡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에서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