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란운

-by simjae

by 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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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란운

—피피섬에서 파통까지




잘 달구어진 양은 냄비처럼 뜨거워진 길 위에

한 떼의 적란운이 몰려온다


단숨에 털어 넣은 데킬라가

심장에 마른 심지를 꽂으며 불붙는다

라임으로 적신 손등의 소금을 조금씩 핥는 사이

거세게 번지는 불길, 홍등가 1번지

32도의 겨울 우기 속에서 걷혀지지 않는 습습한 환락

한 자루를 맨다

이국의 별들이 터 준, 스타워즈* 그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발정 난 조명들이 젖은 가슴 위에 표지판으로

비틀려 박히는 밤

느닷없이 퍼붓는 사나운 스콜이 타다 남은 가슴의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곤 하는


척척 감기는 요염한 태세로 굼실 뒤척이는 인도양

흑요석으로 눈부시다

나는 그 대해 위에 누워 수천 마일의 적막을 천천히 끌어 덮는다

칠월의 남국, 아직도 나는

한 떼의 적란운이 몰려오는 깊은 우기다



*태국 파통시에 있는 클럽.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가볍게 맥주를 들고 마시며 춤을 춘다. 그들 속에 섞여 춤을 추다가 왜 그때 담배 한 개비가 사무치게 그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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