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곡달산

-by simjae

by 심재



가을, 곡달산




퍼붓던 비 그쳤다

산등성이로부터 쏴아 바람 밀려온다

내 목이 꺾인다

간밤 내내 비에 젖으며 묵언 정진하던 잣나무들, 말할 거야 말해버릴 거야

다투어 소릴 지른다


황토등성이에 불 질러 갈아엎은 퍼런 젊음이

그 혈거시대를 살았던 정염이

곽란을 일으키며 수만 색깔 단풍을 게운다


함석지붕 위에서는 바람이 쿵쾅거리다 굴러 떨어지고

낡은 대소쿠리 하나 걸린 흙 벽담, 그 소리에 놀라 자빠진다

밤새워 제 속을 비워내고도 아직 가슴살이 붉은

저 땡초


문지르는 손바닥에 벌겋게 단풍 물 묻어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적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