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가을, 곡달산
퍼붓던 비 그쳤다
산등성이로부터 쏴아 바람 밀려온다
내 목이 꺾인다
간밤 내내 비에 젖으며 묵언 정진하던 잣나무들, 말할 거야 말해버릴 거야
다투어 소릴 지른다
황토등성이에 불 질러 갈아엎은 퍼런 젊음이
그 혈거시대를 살았던 정염이
곽란을 일으키며 수만 색깔 단풍을 게운다
함석지붕 위에서는 바람이 쿵쾅거리다 굴러 떨어지고
낡은 대소쿠리 하나 걸린 흙 벽담, 그 소리에 놀라 자빠진다
밤새워 제 속을 비워내고도 아직 가슴살이 붉은
저 땡초
문지르는 손바닥에 벌겋게 단풍 물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