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울음소리
현대미술관 조각전시장에 서 있는 키 크고 허리 굽은 저 남자*
어금니에 맞물린 치차가 회전할 때마다 하악골 들썩이며
우우우-울음소리 뱉습니다
한 차례 쏟아진 장대비에 뒷등 무너지고 무너진 남자의 등골에서
재채기 터집니다
에에취! 하늘이 쩡 울립니다
저런, 한순간에 개었습니다
청 단풍잎 사이로 쏟아진 볕 부스러기들 남자의 발아래 깔립니다
볕살에 밟힌 저 폐허
남자의 턱 아래에, 손끝에, 매달린 치자 빛 빗방울들이 단조음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어느 천 년 전부터일까요
먼 폐허를 건너와서 닿는 이 울음소리
노을 지고 어스름 내리고
먹구렁이 등 같은 남자의 배경에서 하늘 까마득해지고
아직 저 남자 우우우-울음 웁니다
에에취! 하늘을 내려앉힙니다
*조나단 브롭스키의 철제 조각 <Singing Man>. 개인적으로 <Gloomy Man>이
어울린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