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루빠 미자르
게릴라성 폭우가 방금 지나갔어요
솜털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어두워져요
강가 천막에 누워 바라보는 별들은 듬성 돋은 동생의 이빨 같아요
새벽이면 별들은 우루루 우물로 쏟아지고
우물을 들여다보며 새벽 다섯 시의 공복을 다독여요
공복이란 빈 우물이다가 동굴 같은 절망이기도 해요
아그레꼴라 강변에서 돌을 깨고 있어요
강에는 푸르고 싱싱한 지느러미가 돋았네요
지느러미에 업히면 지구를 반 바퀴쯤 돌지요
그늘 없는 채석장, 나뭇가지로 뼈대를 세운 낮은 천막은 겨우
땡볕만 가려요
내가 쪼갠 돌조각 내가 쪼갠 꿈 조각들이 발등에 박히고
내 꿈의 크림색 육질에 박히고
가난이 나를 덮어요
망치자루에 감긴 손가락들이 덩굴처럼 야위어요
내 등골에는 언제
강처럼 푸른 지느러미가 돋을까요
*루빠 미자르는 <아워 아시아> ‘네팔’ 편에서 정한 PD가 취재한 산골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