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늪
지금도 울컥 그 길의 끝에 다다르고 싶다
노선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소용돌이치는 마른 먼지
뿌옇게 꼬리를 물고 끌려간다
한길 가에 처마를 대고 술집 ‘북해도’는 늪이었다
저물던 시대의 한 귀퉁이에다 아버지는 한 시절의 꿈과 화류를
가라앉힌다
불빛 어룽거리는 수면을 열고 걸어 들어가
물 안에 갇혀 자유로워 하시던 젊은 날의 아버지
물살 밑에서 출렁이는 풍경 하나 둘 지우며
어둑한 수면 위를 한 마리 소금쟁이 되어 걸으신다
늪 어디쯤 웅크리고 앉아 아버지의 높은 웃음소리를 듣던
그 날처럼 내 안에도 물결 하나 흔들린다
수상한 입소문들마저 반갑게 읽히는 이제는
통속적이어도 좋을 시간
물결을 밟고 걸으며
나도 미끈거리는 늪 바닥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