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연줄을 끊다
유현숙
오랫동안 강둑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내 얼레는 부지런히 허공을 감거나 풀어준다
손끝에 감아 쥔 한 올의 연줄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매운 강바람 속, 밀고 당긴다
나를 감아 돌고 있는 피의 소망과 무명 밥상보 같은 한 장의 약속을 이제야 툭 끊으며
습지에 못 박힌 골풀 같은 시간을 풀어 놓는다
망연히 바라보는 하늘 속으로 반역처럼 커 온 허망 하나 꼬리 연이 되어 멀어져 간다
땅 속으로 가부좌 튼 내 뿌리의 팽팽했던 안식을 거부한 채 칼날 같은 몸체로 더워지지 않는 공기를 수직으로 가르며 솟구치는
저,
청량한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