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00일간 필사 완주

함께하는 영어 필사의 미라클

by 위혜정

<어린 왕자: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필사의 힘>을 출간한 후, 구매자 대상 이벤트로 영어 필사팀을 꾸렸다. 훅 던진 미끼를 잡아주신 13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100일간의 필사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여정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간에 미리 계산 못했던 휴일들에 쉼표를 찍다 보니 계획보다 종료일이 딱 1주 밀렸다. 그래도 겨울부터 봄까지 매일 필사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따뜻한 시간들이었다. 학생들과 했던 영어필사도 좋았지만, 동일한 포맷을 그대로 적용하여 선생님들과 함께한 필사는 성인/교사라는 공감대가 더해져 더 깊고 좋았노라 말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필사를 할 때는 여기저기에서 텍스트를 끌어 모아 복사와 붙여 넣기를 하며 좋은 글들을 날라 주는, 소소한 발품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이번엔 직접 출간한 책으로 필사를 하게 되어 그런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막연하게 나의 책으로 성인들과 함께 필사를 하고 싶었던 꿈이 이루어졌다. 꿈을 이루어주신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같은 본문을 함께 옮겨 적으며 아침 혹은 저녁에 줄줄이 올라오는 서로 다른 마음과 생각들이 풍성하게 우리의 가슴을 채웠다.



영어 필사팀은 함께의 시간 속에 녹아든 소소한 장치와 이벤트로 더 끈끈하게 묶였다. 서먹한 관계에 관심도와 밀착도를 올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짝꿍을 지정해 드렸다. 서로에 대한 피드백에 밀착감이 더해진다. 단톡 내에서 주고받는 격려와 공감의 부피가 커지는 만큼 친밀감이 동반 상승한다. 쌓인 시간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애정 역시 몽글몽글 피어면서 후반부에는 짝꿍제가 없어도 될 만큼 애틋해져 갔다.


연말 분위기를 한껏 높여보려 했던 <우리끼리 즐거워 이벤트>도 책 속에서 발견한 빛나는 한 줄을 흘려버리지 않게 한다. 필사가 다 끝난 시점으로 이벤트 기간을 대폭 연장했다. 기획을 할 때, 일상에서 살짝 비껴 나온 일탈감에 신이 났다. 글그램으로 어린 왕자 속 아름다운 문구들을 엮거나, 어린 왕자 책을 아름다운 배경 속에 사진으로 남기거나, 책을 필사하며 떠오르는 예술적 영감을 그림으로 남기거나 직접 찍은 사진에 보내기 아쉬운 문구들을 새겨 잡아두는 작업이다. 책 전체를 천천히 곱씹고 난 지금부터 앞으로 일주일간 선택한 문장에 머물러 여러 모양으로 어린 왕자를 잘 떠내 보내길 바란다.


첫걸음을 떼기 전, 100일을 오롯이 함께 해주실 선생님들께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상계획을 세웠다. 시작할 때 공지한 내용이 벌써 결실로 맺어져서 각자의 열매에 따라 상장과 상품을 품에 안게 되는 시점이 되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기만 할 뿐, 그 위에 의미를 띄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시간에 '속절없이'가 아니라 '의미 있게'의 부사를 붙여주기 위해 상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지만 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기분을 업시 주고 앞으로 나갈 힘을 준다. , 수상자만의 기쁨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함께 배를 탄 모든 이에게 행복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살짝 유치할 수 있지만 100일간의 시간에 같이 마침표를 찍어 주신 분들께 졸업장이 안성맞춤일 것 같다. 때론 유치뽕짝 동심의 감성이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


졸업장을 받은 선생님들은 자발적으로 졸업식 파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센스를 발휘해 준다. 예상치 못하게 여기저기서 뿌려진 편의점 과자 세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따로 보내주셔서 3월의 마지막 날이 깊은 감격으로 가득다. 이미 두 권의 책을 출간하신 김지은 선생님의 후기가 찡하게 가슴에 남는다. 삶에 영어 필사의 문구 하나가 들어온 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왔다고. 역시 작가님 다운 표현이다. 내가 아닌 우리가 남았다.

<선생님들의 후기>




100일간의 영어 필사 경험이 행복으로 새겨졌다. 선생님들께서 신간으로 나온 <빨간 머리 앤: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필사>으로 계속 이어가자고 먼저 제안해 주신다. 사실, 선뜻 먼저 나서지 않았다. 같이의 가치가 소중하긴 하지만 그만큼 팀을 꾸리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코앞에 과업들이 우선순위에 목말라하며 손짓하는데 또 일을 벌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 건강도 챙겨야 하고, 복직에 적응하며 고3 담임반 아이들도 신경 써야 하고, 퇴근 후 아들도 돌보아 주어야 하, 산더미 같은 일들에 하루하루 치 살고 있다. 그래서 더 그랬다.

그래도 어찌어찌 함께 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에너지에 이끌려 영어필사 시즌 2의 막을 열게 되었다. 따스한 봄, 빨간 머리 앤과 함께 봄소풍을 하듯 인생에 아름다운 발자국을 찍어갈 생각을 하니 또다시 찾아온 이 설렘을 어쩌랴. 앤과 함께할 필사 동지들이 35명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나 버렸다. 그래서 걱정도 된다. 기존의 밀도와 끈끈함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큰 규모의 필사방에서 소외되는 선생님들은 없을까. 그래도 모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기에 빨간 머리 앤이 항상 꿈꾸던 Kindred Spirit(비슷한 결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의 좋았던 경험을 조금이마 나누어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니, 나누어 준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이 받았다. 함께하는 영어 필사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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