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은 듯한 남편의 반응에 그저 행복감으로 미끄러 들어갈 만큼 순진하지 않다. 경험이 주는 촉때문이다. 브런치북이 에디터픽에 선정되었을 때는 전산에 오류가 난 줄 알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뭔가에 노출된 것이 분명하다. 뭐지? 혹시, 틈?
과연, 촉이 맞다.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다음 포털의 파워,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만들어준 폭발적인 결과다. '이건 뭐지?'라는 의구심이 먼저다. 결과 분석 끝에 마냥 기쁨보다는 안심의 날숨이 뒤따른다. 그럼 그렇지. 일시적인 클릭 횟수 폭증이 인위적으로 수치를 끌어올린 것뿐, 순간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합리적인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페이스북의 친구를 필두로 블로그의 이웃, 인스타의 팔로워, 유튜브나 브런치의 구독자 등 온라인 네트워크의 힘이 중요한 시대이다. 코로나 이후,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나를 선보이고 알리는 것이 자본주의 마케팅의 생존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콘텐츠를 찾고 생산해 내야 하는 개인의 쓸모, 내지는 유용성이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는 절대적인 정체성이라는, 새로운 소모전이 한창이다.당장에라도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마치 시대착오적인 부진아가 된 것인 양 불안감도 차오른다.
사이버 공간에서 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주고받는 호혜성 관계도 필수다. 상대의 공간에 방문한 후 흔적을 남기는 '좋아요, 공감, 댓글'은 내 공간 방문을 담보한 어필이자,기브 앤 테이크가불문율로 자리 잡은 이 시장에서 당연히 장착해야 할 에티켓이다.누추한 내 집 방문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물론이요 답방하지 않을 시에 느끼는 괜한 죄책감까지, 시간과 감정이 동시에 흘러들어 간다.
한때 파워 블로거를 꿈꿨던 여동생이 1,000명의 이웃 돌파를 목표로 이웃 방문 댓글 달기에 많은 공을 들이던 중, 문득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상의 인간관계는 모조리 접은 채, 온라인상에서 생면부지의 이웃 블로그를 매일같이 문지방이 닳도록 방문하며 하루 대부분을 허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블로거의 꿈까지 접으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언니, 이 세계도 줘야 받더라.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야."
듣기만 해도 급피로감이 몰려온다. 나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로 흘러가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은 세계. 그럼에도 확장과 창출로 칭송받는 분위기 속에서정상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 앞에 스스로의 유용성에 도취되어 간다.조금씩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파워 블로거, 인플루엔서 등의 고급진 타이틀을 가져보지 않아서, 그 세계의 황홀감과 가능성이 주는 멋들어진 영향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곳에 도착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여신포도를 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강력한 그들의 도구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책출간 직전과 직후였다. 출간 시기가 비슷해도 대형 블로그 혹은 안정적인 유튜브 채널 소유 여부에 따라 초반부 판매량과 속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광고, 홍보, 노출이 주는 파급효과다. 왜 그 영역에 더 공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이 살짝 몰려왔다. 하지만 이내,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관심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꿈꾸는 영향력이 꼭 만천하에 드러나야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 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자인가? 절대 아니다.
지금은 딱 이 정도가 나다. 갑작스러운 글 조회수 상승이 마냥 기쁨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였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일상과 다른 현상에 의심부터 품은 난, 무대의 중앙에 서기보다 구석진 곳 어느 틈에서 피어오르는 꽃이길 바란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났지만 분명히 강한 향을 내는 꽃. [틈만 나면]이라는 동화 속 메시지처럼, 내 삶의 어느 틈이 자양분이 되어 활짝 만개하면 좋겠다. 작은 꽃도 꽃이라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