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짓는 일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미래를 짓는 일다. - 내 생각 -
십 년간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가 된다고들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전문성'이라는 번쩍이는 배지를 득한다지만, 살짝만 기울여도 대척점 어딘가의 구멍에서 매너리즘이새어 나온다. 반복되는 경험들이 테두리 친 안전지대. 그 언저리에 답답함과 무료함이끼어있다. 이제,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쳇바퀴는 굴러간다. 계속 발을 얹어 두어야 할까? 도파민을 돌게 할 짜릿한 자극은 없을까? 홀연히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지나온 시간이 무색하게 고작 이 정도밖에안 되는거야? 지금까지 넌 뭐 한 거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여기가 맞는 곳인지?
잔잔한 일상에 격랑이 일던 그때, 답답함과 슬럼프 사이에서 잔뜩 쪼그라들었을 그때, 글이라는 도구를 만났다.읽는 글, 그리고 쓰는 글. 읽는 족족 흡수되고 쓰는 족족 쓴 물이 빠져나간다. 그저 나를 돌보고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백지 같은 화면을 채우기시작했다.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맞다. 도파민이다. 도파민의 몰입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쓰다 보니 책이 나왔다. 신기했다. 나도 책을 내다니? 그렇게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하다 보니 벌써 열 권째다. 이제 좀 쉬어야지... 했는데 두 권의 책을 더 써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무엇 하나 쉽사리 얻지 못했는데 신기하기만 하다.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책을 쓰는 것이 마냥 설렘이었다면 이제는 미래의 나를 한 층 한 층 올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쓰러지지 않고 단단하게 주물럭 거리며 무언가를 조형해 가는 작업, 손에 닿지도 않고 형체를 알 수도 없는 멀고도 모호한 미래 지도에 조금씩 길을 내는 과정이랄까. 눈앞의 공정만으로는 앞으로 목도하게 될 최종 건물이 어떤 모양일지, 어떤 높이일지는알 수 없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바닥을 갈고 다진 후, 기둥이 되는 뼈대를 꾹 눌러 세우고, 요리조리 살을 붙여가며 그럴싸한 삶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가슴 뛰는 일이다.최종 종착지에서 만나게 될 모습은 어떨까? 출간의 설렘에서 미래의 나를 세워가는 장엄함까지. 또 다른 비전이 더해진다.
비전은 삶의 근원이자 희망이다. 지금까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선물은 시각이 아니라 비전이다. 비전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미 존재하듯 실현될 것을 앞서 보는 것이다. 미래를 내 앞으로 쭉 끌어다 놓는 것, 이것이 바로 비전이다.
세계적인 강연가 마일즈 먼로의 말이다. 저 멀리의 것을 끌어 와서 내 앞에 놓는 일, 당장 처리할 일도 버거운데 미지의 형태를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게 하는 힘, 바로 비전이다. 하얀 여백의 깜빡이는 커서를 붙잡고 화면의 왼편 상단에서 오른편 하단까지 내리는 과정은 비전으로 향한 길이었다. 단순히 도파민의 과다 분비가 아니다. 나를 짓고 미래를 세우는 일, 그것이었다. 번쩍번쩍 화려한 결과와 연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나를 새롭게 성장시키는 일, 나의 필요가 상대의 필요까지 채워주는 일, 다른 이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어 확장되는 일, 그래서 지금 보다는 나은 내일을 만나게 되는 필연의 힘, 바로 비전이다.
작은 일상에서 큰 마음을 품는 것, 나아가 다른 이를 돕는 것, 비전의 또 다른 이름이자바로 책 쓰는 유익이 아닐까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