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오지 여행의 기억(2)

이색 체험

by 위혜정

1. 헷갈리면 안 되는 손의 용도


네팔인들에게 왼손과 오른손의 용도는 뚜렷이 구별되어 있다. 왼손은 휴지가 없는 화장실에서 뒤처리하는 손, 오른손은 수저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는 네팔인들이기에 음식을 집는 손이다. 따라서 네팔에서는 손톱을 반드시 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손을 사용하든 잔재가 남아 수습 곤란이다.



식당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숟가락과 포크를 주지만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손으로 밥을 먹었다. 막 지은 밥은 뜨거워서 잘못하면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네팔의 주식은 달밧(달: 걸쭉한 콩수프, 밧: 쌀)이다. 여기에 카레도 함께 비벼 먹으면 맛이 그럴듯하다. 사람들의 아침은 주로 비스킷과 찌아이다. 찌아는 밀크티와 비슷한데 네팔인들은 뜨거운 여름에도 뜨거운 찌아를 즐겨 마신다. 산골에서 갓 짜낸 염소젖 찌아를 내미는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땀을 줄줄 흘리며 마셨다.



2. 아이들의 눈요깃거리: 공개 샤워


산골 마을에는 마을 공동 시설들이 많다. 특히나 물이 부족한 산간지역에서는 마을 공동 수도를 만들어 함께 사용한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가정에서 필요한 물을 길어가는 장면을 종종 포착할 수 있다. 가정별 사워시설이 없어서 오픈된 공간의 수도꼭지에서 몸을 씻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옷을 입은 채로 샤워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옷을 벗지 않고 물로만 씻다 보니 그들만의 특유한 체취가 남는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면서 도보여행을 한 우리 일행은 옷을 입은 채 찔끔찔끔 물만 묻히는 샤워는 성에 안 찼다. 과감한 오픈 샤워에 도전하기로 했다. 판초를 입은 채로 끙끙대며 옷을 벗고 판초 안으로 물을 부어 샤워를 시작한다. 한참을 씻고 있다 보면 수도꼭지 둘레로 꼬마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샤워 구경을 하고 있다. 비누, 샴푸 거품의 향이 신기한 모양이다. 게다가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꼬마들에게 동물원 원숭이처럼 눈요깃거리가 된다. 샤워가 끝나면 관람이 끝났다는 듯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간다. 그들의 귀한 물을 쓴 댓가로 샤워쇼를 기분 좋게 끝낸다.




3. 따뜻한 산골 인심


산골마을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부모님을 도와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산길을 한참 걷다 보면 밭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후원품으로 가지고 간 목걸이, 볼펜, 에어밴드, 풍선(절말 좋아함), 사탕을 나눠준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온다. 먼저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친구들을 부르거나 마을 여기저기를 돌면서 소식을 전해 친구들을 끌고 온다. 혼자 누리지 않겠다는 인심이다.




어떤 아이들은 감사의 인사로 돌배를 따다 작은 마음을 건넨다. 딱딱한 돌배를 난생처음 먹어보았다. 맛은 모르겠으나 흘린 땀 한 바가지를 보충할 수분 공급용으로 제격이다. 돌배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우자 보고 있던 아이들이 여러 개의 돌배를 더 갖다 준다.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산골의 인심이 넉넉하다.




처음에는 경계의 눈빛으로 째려보다가 '나마스테'하고 손을 포개어 인사를 건네면 날카롭던 눈매를 내려놓고 '나마스테'하고 활짝 웃으며 답해준다. 이들의 화답을 뒤로하고 한참을 걷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진다. 다음 마을에 도착하는 시점과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도착한 그곳이 그날 밤의 숙박지다. 대책 없이 밀려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숙박업의 '숙'자도 모르는 현지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선뜻 방을 내어준다. 자기 방을 내어주고 아무 말 없이 옆집 친구네로 가서 잔다. 가슴 찡하다.





어느 마을에서는 꽤나 부유한 집의 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신나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베란다 비슷하게 생긴 공간의 옆 덧문이 드드륵 열리더니 이부자리가 쑤욱 들어온다. 그 집 부부는 우리에게 안방을 내어 준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들은 베란다에서 잠을 잔다. 이방인의 이불까지 챙겨주면서. 없어도 살아지는 것은, 사람이 품고있는 마음 깊은 온정 덕분이 아닐까 싶다. 평생 만나본 적도 없고, 또 다시는 만날 일이 없는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산골에 꼭꼭 숨어있던 따스함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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