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to the brim(끝까지)

삶을 변화시키는 디테일

by 위혜정

'Brim'은 '항아리나 컵의 끝부분' 혹은 '모자의 챙'을 의미합니다. 디테일을 잘 따지며 챙기지 않으면 '거기 그 부분 있잖아' 하며 대충 얼버무리거나 두리뭉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부위이자 명칭이지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도 아니고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세밀히 신경을 쓸 때 큰 차이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단어입니다.



'Brim'은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기적의 현장에서도 사용되고 있어요.


They filled waterpots up to the brim.(John:2:7)

그들은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요 2:7)


'Up to the brim'은 항아리를 어느 정도 채운 것이 아니라 위 끝부분까지 넘칠 정도로 가득 부은 상태예요. 사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부사어를 굳이 덧붙여 묘사하고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포도주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항아리를 대충 반만 채워서는 안 되었지요. 꽉 차 넘칠 정도로 가득 부어야 마주할 수 있는 기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물이 포도주가 되었던 비결은, 반드시 포도주로 변할 것임을 철석같이 믿었던 믿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우린 참 많이 흔들리잖아요. '과연 진짜 변할까?'라는 끊임없는 의심 가운데서도, 혹은 '멍청하게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는 회의감 속에서도, 아니면 '너 지금 뭐 하고 있니?'라는 비난 가운데에서도 '끝까지'를 지속한 미련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난 왜 이리 바보 같은지 기운 빠지시나요? 다들 앞서가는데 제자리걸음에서 뭐 하는 건지 한심하다고 느끼시나요? 묵묵한 우둔함이 맹물 같은 삶을 변화시키는 디테일이 될 수 있어요. 'up to the brim'으로 축배를 들 날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







때론 저의 모습이 답답합니다. 누군가는 '착하다'는 말로 미화해 주지만 사실 '바보 같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해요. 잇속을 잘 챙기지도 못하고, 사리분별도 못하면서 항상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듯한 모습에 자괴감이 들 때도, 자존심이 상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up to the brim'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머물러 봅니다. 괜찮다가도 문득 마음에 박혔던 가시 하나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거든요. 뿌리 뽑히길 하염없이 기다리며 걷는 이 미련함의 시간들이 끝까지 채워져야 한다니요. 아직 가득 채워지지 않은 항아리가 문제였나 봅니다. 다시, 소망을 붙들게 됩니다. 희망을 목발질하며 최소한 서있는 것, 끝까지 채워가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라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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