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을 하고 한 달 병가는 써봤지만,
아파서 하루 병가를 써보기는 난생처음이다.
그동안 건강했던 것에 때늦은 감사가 생긴다.
열이 39도가 넘었는데 독감은 아니란다.
몸살감기가 이렇게 힘든 건지 처음 알았다.
사람은 역시 경험을 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건 안 해도 되는 경험일라나.
무슨 일을 겪든 처음은 언제나 낯설다.
해보지 않아 당혹스럽고, 처음이라 걱정스럽다.
병가 내 본 적이 없어 망설였고,
나중에 닥칠 업무 부담으로 주춤했지만
먼저 살고 볼 일이다.
역시나 학교는 안 가지만 일의 끈이 떨어지진 않는다.
아침부터 문자가 계속 온다.
-선생님, 오늘 OO 학교 못 갑니다.
-선생님, OO 조퇴해야 하는데 학부모 서비스 에러가 나네요.
-선생님, 병원 가려는 데 누구 선생님한테 허락받고 가야 하나요?
나도 그냥 엄마한테 아파서 학교 못 간다고 연락해 줘! 하고 모든 레이다 망을 꺼버리고만 싶다.
뭐, 그래줄 엄마가 옆에 없으시고
내 생을 꾸려야 할 성인이기에 꾸역꾸역 일어난다.
병가도 달아야 하고,
담임 업무 답변도 해야 하고,
엄마 노릇도 해야 하고.
급한 불부터 끄고 침대로 기어올랐다.
수업도 보강이 아니라 다 교환이라니
몸 추스르고 학교 가면 못했던 수업을
원래 수업에 추가로 얹어서
다 해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일상 수업의 무게 때문에 더 쉴 수도 없다.
교사는 아파도 아프지 말아야 한다.
죽어도 학교에서 죽으라고 했다던
시어머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시점이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무탈한 날이
지루하거나
무용함이 아닌,
뼈저리게 감사한 날이 되는
그런 나이에 도달했다.
그렇게,
하루 한 장의 일기를
건강하게 쓸 수 있길
내일은 아무 일 없길
마음 저릿하게 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