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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Jun 09. 2018

미안합니다

-소셜네트워킹은 정들지 않는 이웃 같아

페이스북의 개인 타임라인을 닫았다.

계정을 삭제하면 공식페이지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계정은 유지하지만 타임라인에 더 이상의 게시글은 없을 것이다.

사실 공식페이지조차도 유지를 고민중이다.

2009년도부터 써왔으니까 나름 꽤 오래 이용했고

비록 온라인일지라도 순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까다로운 친구감별(?)을 핑계로

친추와 친삭을 정기적인 행사처럼 치뤄냈던 계정이다.


자주 만나고 스치지만 정들지 않는, 정들 틈도 없이 얼굴만 익숙해진 사람들.

소셜네트워킹 속 사람들은 내게 그런 존재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온라인 이전부터 이어진 친분들도 있고

어릴적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조차도 어느 틈엔가 얼굴을 맞대는 시간보다

소셜에서 보여지는 일상으로 더 많은 짐작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원했던 순작용이 아니다.

자주 만날 수가 없는 그들의 일상을 소셜로나마 접하고

계속 이어지는 친밀감을 유지하려고 했던 원래의 목적과 달리

보지 않고도 아는듯 여겨지는 착각은 그들을 만나고 싶은 욕망을 잠재웠다.

우리는 수년간이나 만나지 않게 됐다.

우리가 친한 사이였나 의아할 만큼 얼굴도 가물가물해지는 경험을 한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꼭 만나기 위해

그저 스치는 시간들을 없애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며가며 손을 내밀어주었던 사람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걸음을 내딛고 있었던 사람들.

나처럼 야멸차지 못해서, 혹은 성큼성큼 내딛질 못해서,

스스로 느린 걸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순도 100%로 사과드려요.


우리가 꼭 만나야 사람들이라면,

내가, 혹은 그대가, 어쩌면 우리의 시간이.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有緣千里 來相會 無緣對面 不相逢)-

-인연이 있으면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맞대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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