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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Aug 29. 2019

잠시, 멈추어 서서...

8월 1일, 가방을 싸들고 길로 나섰다.


5월 책 출간 후, 뜨뜻미지근한 주변인들의 반응과, 

스스로를 옹색하게 만드는 이런 저런 변명들과, 

갑작스럽게 찾아 온 허기때문에 일상의 중심을 잃고 휘청이다 

내 마음의 진위를 나도 알 수가 없어 일단 나서야지,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것 같다. 

딱히 목표도 없이, 그저 누군가 불러주면 그리로 달려 가겠노라, 

말도 안 되는 배짱을 부리며 호기롭게 그냥 나섰다. 

그냥 나선 길은 걱정보다는 수월했고 

기대만큼은 편안하지 못했으나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충분했던 시간으로 채워졌다.


길을 나서면, 같이 걷거나 만나지는 친구가 생긴다


환대를 약속했던 이들의 무심함에 상처도 받아보고

생각지도 못했던 환영에 가슴도 먹먹해보고

깊이 생각한 끝에 다시 내민 손을 잡아준 오랜 인연들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길 앞에서는 발길을 돌려도 봤다.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시간도 맞닥뜨리고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무나 아쉬웠을 시간도 가졌다.


길은 언제나 사람을 기다린다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무거운 마음과 머리속을 알아채고는 웃게 되었다.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 싶어 살짝 우울해질뻔 했으나 

그대로 둘리 없는 성정이

곧 기지개를 켜듯 일어나서 다음 길을 찾게 만들곤 했다. 

커피를 만드는 친구가 정성스럽게 담아준 더치커피는

긴 여로에 지치고 복잡한 머리속을 맑게 만들어주었다.

끔찍한 방치를 경험하고 거의 박살직전까지 도달한 전화기를 

찾아 살려낸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덕분에 새 껍데기도 선물 받았다.


여기저기서 부르기만 하는 인연들은 서로 만나지 못한다. 

당신이, 혹은 내가, 길로 나서야만 우린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有緣千里 來相會 無緣對面 不相逢)-

-인연이 있으면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맞대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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