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어디예요?
분명 그 질문의 요지가
내가 어디 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인데
가장 많은 시간 기거하는 집?
내 옷과 책들과 온갖 짐들이 있는 집?
서류상 내 집이라 기명된 집?
가족들과 가끔 일상을 공유하는 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듯 자유롭지만
그 모든 곳을 오가며 편히 살고 있는 나는
집이 어디예요? 라는 단순한 질문에
너무 오래 머뭇거리다 겸연쩍게 웃으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그냥 여기저기 오가면서 대강 살아요.
아마도 어린 시절 이사를 자주 다닌 덕에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일이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지.
안녕을 고하고 떠나면 사라지는 기억들이 싫어서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고 내 공간을 만들었더니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이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날 세상 밖으로 내놓은 엄마도 안 하는 걱정이다.
남은 생이 생각처럼 길지 않을 수 있고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다.
나는
앞으로도
그냥 여기저기 오가면서 대강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