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킨더조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by 이음바다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남자 형제가 전화까지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좋지 않은 낌새를 느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부 몇 마디를 주고 받다 ‘형, 이거 사실 비밀인데’ 하며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엄마가 친구 과수원에 쑥을 캐러 갔다가 잘못 넘어져 팔꿈치 뼈가 부서졌고, 수술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자식들에게 비밀로 하려 하셨단다. 자초지종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나에게도 전해준 것이다. “형은 병문안 갈 수 있겠지?” 멀리 사는 자신은 입원 기간 안에 엄마를 찾기 어려울 것 같으니, 비교적 가까이 있는 내가 자식의 도리를 다하라는 거겠지. 주제넘은 당부가 섞인 질문과 함께 통화를 끝냈다.


모르는 척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손자와 자주 하던 시간대를 골랐다. 다친 소식을 듣고서야 안부를 묻는다는 죄책감을 이렇게 달래고 스스로를 속여본다. 누운 채 머쓱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엄마 얼굴이 보였다. 깜짝 놀란 척하며 어떻게 다쳤는지, 병원 생활은 괜찮은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물었다. 6살 손자 눈에는 팔에 깁스를 감고 보호대까지 한 할머니 모습이 낯설었나 보다. 평소와 달리 할머니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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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예상 날짜가 며칠 남아 있었다. 병문안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간식이나 선물을 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멍해졌다. 엄마가 뭘 좋아하더라. 무엇을 사가야 하지. 아무런 정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구차하게 아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할머니, 병문안 선물 뭐 받고 싶어요?”


쭈뼛거리며 건넨 손자의 말에 엄마는 한참을 빙긋이 웃었다. 필요한 것 없다며 병문안 안 와도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끝까지 엄마가 무엇을 좋아할지 알 수 없었다. 아이에게 한 번 더 말하게 했다. “할머니,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잠시 생각하던 엄마는 대답을 찾아냈다. “아, 할머니는 킨더조이 초콜릿이 먹고 싶네.”


몇 달 전 아들이 독감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병문안을 왔었다. 무엇이 먹고 싶냐는 질문에 손자는 킨더조이를 말했고, 할머니는 달걀모양 초콜릿을 잔뜩 사주었다. 그때가 기억난 할머니가 병문안 올 손자에게 초콜릿을 주려고 한 것이다. 할머니 속도 모르는 6살은 할머니가 자신과 같은 간식을 좋아한다며 신이 났다. 할머니는 장난감까지 들어 있는 어린이용 초콜릿을 많이 많이 사 오라고 맞장구쳐줬다.


끝내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 예상 날짜보다 빨리 퇴원한 것이다. 며칠 후 뒤늦게 부모님 댁으로 병문안을 갔다. 우리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었다. 식구가 같이 먹을 과일과 함께 킨더조이도 여러 개 사 갔다. 초콜릿은 할머니의 허락과 동시에 모두 아이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입술과 치아를 시커멓게 칠해가며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손자에게 다른 음식도 주려고 할머니는 자꾸 냉장고를 열었다. “이거 아주 비싼 쑥떡이다.” 다친 날 캔 쑥으로 만든 떡과 함께 찬거리도 잔뜩 챙겨두셨다. 여전히 깁스를 하고 있어 한 팔은 쓰지도 못하는 몸으로 말이다.


병문안 때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손자에게 묻도록 시켰다는 말은 끝내 못했다. 속에 담고 있기 부끄러워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어머님한테 잘해.” 잔소리를 사서 벌었다. 어쩌면 엄마는 아들의 못된 잔꾀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엄마는 수도 없이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믿어줬을 것이다. 혼자 혼나고 나만 창피할 수는 없지. 조만간 동생이 부모님 댁에 간다고 한다.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넌 엄마가 뭐 좋아하는 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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