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STUDIO 7
SUMMER STUDIO 7
글 쓰고 사진 찍고 영상 만드는 곳.
언젠간 나의 작업실에서 나의 일을 하고 싶다.
살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열 살을 넘어가면서부터 글쓰기가 좋았다.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이 들어주는 모든 일이 다 좋았다.
열일곱 들어 등하굣길이 멀어졌다. 영화 잡지를 사다 4호선 지하철 안에서 읽었다. 하릴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 종일 영화를 봤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 내 영화를 상영관에 걸었던 날이 기억난다. 빛이 났다. 스크린에서 빛이 났다. 사람들 얼굴에 그 빛이 닿았다. 가슴이 뛰었던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기분이 들었다. 졸업 후 바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여러 편의 영화에 참여하고 거의 서른이 다 되어 그만두었다. 나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그럭저럭 쓸만한 이유들.
앞으로 절대 영화, 영상 일은 안 할 거야.
이런 결의로 서른 즈음 회사에 들어갔다.
네모난 책상에 앉아 내 몫의 컴퓨터로 주어진 일을 했다. 절대 못할 줄 알았는데 나름 잘 해나갔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덕분에 생활에 리듬이 생겼다. 적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삶을 꾸렸다. 청약도 들고 적금도 들고. 엄마 병원비도 대신 내주고. 한 회사에서 3년 넘게 일하며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알게 됐다. 값진 시간은 분명했다. 무언가 잔뜩 그리운 기분이 드는 것만 빼면.
영화 「아저씨」 엔딩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때 모른 척해서 미안해. 너무 아는 척하고 싶으면 모르는 척하고 싶어져."
난 사실 영화, 영상 일을 너무 하고 싶었다. 너무 하고 싶어서 모르는 척했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 할까 봐 영상 일이 들어와도 재차 거절했다. 허접한 나를 마주하는 게 두려웠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있는데 그걸 깨트리느니 그냥 시작을 안 하는 게 나았다. 마음이 참 허했다.
그러다 작년 말, 미디어팀으로 부서 이동이 됐다. 그렇게 안 한다고 뻐기더니 못 이기는 척 옮겨서는 지금 아주 열심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태식이 소미를 꽈악 끌어안았던 것처럼, 나도 이야기를 꽈악 끌어안았다.
나는 지금 회사에 있다.
그런데, 언젠가는, 나의 작업실에서, 나의 일을 하고 싶다.
글 쓰고 사진 찍고 영상 만드는 공간의 이름을
SUMMER STUDIO 7 이라고 짓고 싶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고, 여름의 모든 걸 사랑하니까.
여름의 열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추운 겨울을 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