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유산 후, 그날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시랑아...
가끔 너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게
너무너무 미안하고 괴로워서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있어
지금 이 순간도 그렇지만
꼭 지금만큼은, 너를 보낸 그 시각까진
괴로워도 힘들어도 꾹 참고
너랑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려 해.
토요일 오전 9시에 병원에 도착해 10시 입원을
시작으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너를 안고 있다가, 뒤척이며 누웠다가...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뭘 하는 거지...
현실성 없는 그 상황에 제대로 너를,
잘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새겨놓고 싶어서
진행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해 놨었지.
3번의 루비 삽입과 내진 끝에
새벽 5시 10분경 양수가 터진 것 같았어.
까무룩 잠들었던 아빠를 깨워서 간호사를 불렀지.
급할 것도 없는데...
왜 그리 서두른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상황을 체크한 간호사가
이제 진행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준비하러 나간 그 10분 사이에
네가 밑으로 빠질 것만 같았어.
아빠에게 설명해 주고
너를 보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내 일이 아닌,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단다.
그 순간엔 그저 네가 덜 아프고 스트레스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어.
간호사도 없이 네가 침대에 떨어질까 봐,
그래서 그 작디작은 네가
어디라도 부딪혀 아파할까 봐
아빠를 시켜 다시 한번 간호사를 불렀어.
5시 20분부터 시작해서 네가 나에게서 나온 30분 그 순간이 가장 아팠지만
가장 짧은 시간이었어.
진통으로 너를 몸 밖으로 보내면서도 보내기 싫었던 마음을 너도 알겠지...
네가 나오고 나머지 후처치를 하는 게 훨씬 아팠지만
간호사의 몸짓, 손짓에도
멍하니 천장만 보며 윽 짧은 신음만 내뱉었단다.
내가 아파할 자격이나 있을까,
이 순간이 지나면 너와 함께 있던 공간에서 우린 떨어져서 영원히 보지 못할 텐데...
그 순간 말해주고 싶었던 단 한마디
"사랑아, 잘 가."
그 한마디조차 못하고 널 보내고 말았어.
너무 미안해서
너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 만큼 큰 죄책감에
아빠가 돌아오고 나서 함께 껴안고 울던 그 순간까지도
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끅끅 거렸단다.
사랑아, 잘 있니?
잘 있는 거지?
아프지도 않고 팔다리도 맘껏 움직이고
생각도 자유롭게 하고
마음도 평온하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