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Jan 31. 2022

해왔던 것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것을 하겠습니다.

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레오의 시행착오

해왔던 것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것을 하겠습니다.

2019년 겨울,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했던 말이다. 극 중 프로야구 꼴찌팀 드림즈를 좋은 팀(우승 팀)으로 만들기 위한 백단장의 리더십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말 이후 실제 백단장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야구단의 좋은 것은 가지고 가되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변화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결국 좋은 팀으로 변모시켰다.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백단장의 언급한 말과 실행력이 마음에 들어 메모하며 되뇌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금 갑작스럽게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꼴찌팀의 재건을 위한 미션이 주어진 것도 아니고 나의 상황이 드라마 같지도 않았지만 난 마치 백단장처럼 이 말을 우리 기관의 선생님들에게 내뱉었다.

<해왔던 것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것을 하겠다>는 이 말에는 내 역할에 대한 의지와 다짐이 담겨 있었다. 동시에 그 말은 역할과 책임, 기능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던 내가 내 자신에게 던지는 마법의 주문이기도 했다.

<해왔던 것>, 그것은 그동안의 기관의 방향을 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기존 운영 방향이 '지역 밀착형', '마을 공동체''였는데 그것이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 생각하며 동의했다. 나의 가치관과도 결을 같이 하고 있기에 억지스럽지 않다는 사실에는 감사하고 안도했다.

청소년들과 함께 가까이하고 그리고 마을과 가까이하면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는 부분들과 청소년들과 문화가 일상이 되는 활동들을 하는 것이 그동안 기관이 <해왔던 것>이라고 여기며 그것을 지지했던 것이다. 그 부분을 지속시키되 세밀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역의 청소년과 함께하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발령 이후 한 달 동안 난 전임자의 활동에 대해서 존중하며 새로운 것을 펼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홍보'다. 프로그램들을 잘 만들어가는 것들도, 마을과 밀착하는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의 활동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홍보에 대한 열을 더 올리고 있다. 기존의 간헐적으로 업로드되었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온라인 공간은 물론 문화의집 앞 카페와 공원을 통한 오프라인 홍보도 한 걸음씩 나아가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별한 활동이 아니어도 잦은 언급과 노출로 친근하게 접근하자는 기조를 가지고 일동청소년문화의집 페이스북을 활용한 < #오늘의일청문 >을 올리는 것, 문화의집 앞 카페(학부모들이 자주 오고 가는 공간)에 자주 인사드리고 일부로 커피를 사 먹으며 지역의 욕구를 조사하고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이 나의 최근 일상이다.


<하지 않았던 것>의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다각화'다.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짜여 있긴 했지만 실제로 이 지역에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고 그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내 역할일 것이다.

얼마 전 우리 문화의집에 보드게임을 하려 왔던 청소년들 중에 '로블록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천천히 관찰해 보니 그 단어를 언급한 아이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단순히 게임을 하기 위한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필요한 것인지, 메타버스의 경험인 것인지, 그것이 코딩과 4차 산업혁명과의 연결점이 필요한 것인지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왔던 로블록스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고 빠르고 정확히 그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2월 안에 그 프로그램은 실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무엇을 청소년에게 전할지에 대해서는 더 견고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가야겠지만 현재의 나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든 채워주려 노력하며 다가 서가 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원하는 활동들 특히 문화 활동들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을 느꼈다. 청소년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지 않다는 것과 또 쉴 수 있는 공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발견했으니 앞으로 그것을 채워주고자 여러 가지 활동들을 생각해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제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수년 동안 조금씩 쌓아왔던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우리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알맞은 곳에 적재적소의 프로그램들을 가미시키는 것,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이 문화의 집을 통해서 마음껏 경험을 쌓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우리 기관이 - 백승수 단장처럼 해왔던 것들을 계속해 나가며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는 - 우리만의 스토브리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2022년의 첫 달, 난 오늘 그렇게 일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 작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생각을 꺼내본다.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By 레오
작가의 이전글 빨라진 시간의 흐름, 그것이 나를 길들이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