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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an 15. 2022

빨라진 시간의 흐름, 그것이 나를 길들이고 있다.

청지사 레오의 글쓰기 24

© geralt, 출처 Pixabay


복직과 함께 찾아온 인사발령은 나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고 있다. 10년 넘게 머물던 공간이 아닌 규모도 지역도 해야 할 역할도 모두 다른 곳과 마주하니 업무의 방향, 우선순위는 물론 출퇴근 시간의 개념마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특히 일반 직원에서 시설장으로 변화된 상황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럽고, 또 조금은 불편해서 적응하는 시간이 그리 빠르지 않은 듯하다. 시간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듯하다.


출근 첫날은 나의 적응 따윈 중요하지 않다며 시간이 내 멱살을 끌고 달려가버렸다. 사무실 내 책상에 미쳐 앉아보기도 전에 재단 시무식에 참여해 재단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돌아오는 길엔 잠시 전에 몸담았던 팀에 안부를 전했으며 오자마자 작성해야 할 서류를 붙들고 있었더니 퇴근을 알리는 6시가 되었다. 순식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았다.


둘째 날도 첫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사업자등록증의 대표자명을 변경하기 위해 세무서에 들려 서류를 접수하고 사무실 선생님들과 연간 일정에 대한 논의를 잠시하고 몇 가지 기본 서류 서식을 변경했더니, 그리고 시계를 봤더니 어느새 또 퇴근시간이었다.


셋째 날, 엊그제와 어제부터 눈이 거슬렸던 기관 주변의 쓰레기들이 나를 조금 더 일찍 출근하게 만들었다. 평소보다 30분 전에 출근해서 기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내친김에 다른 공간도 쓸다 옆을 보니 우리 선생님들도 나와 같이 하고 계시는 것을 보곤 내색하지 않았지만 감사했다. 이후 시설 내 소화기 점검, 동장님과의 미팅, 지역 내 커뮤니티 담당자와의 인사, 결재와 기관 홍보 자료 작성 등이 또 하루를 빠르게 흐르게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에 찾아오는 청소년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선생님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쉬지 않고 여쭤보고 답을 얻기도 하면서 기분 좋은 적응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렇게 처음에 느꼈던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적응을 하려면 서로가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이 공간과 환경, 사람들과의 사귐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그들도 나와 그런 시간이 필요하겠지. 빠른 시간만큼 적응도 빨랐으면 하는 바람은 있겠지만 억지 부리지 않으려 한다. 서서히 스며드는 그 시간이 더 깊고 넓은 관계와 사귐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빨라진 시간의 흐름, 그것이 나를 길들이고 있다. 그것이 나를 새로운 것에 적응시키고 있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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