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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an 01. 2022

새해 첫날

청지사 레오의 글쓰기 23

새로운 해가 밝았다는 사실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없는 2022년의 하루, 새해였음에도 난 어제와 크게 않은 하루의 시작을 맞이했다. 단지 잠자리가 바뀌었을 뿐이였다. 


평창 부모님 댁에서 맞이한 새해는 산 중턱에 해가 걸릴 때쯤 비로소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갈 수 있을 만큼 바람이 차갑고 시리다. 영하 16도의 이곳 날씨는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부모님이 계시다는 단 하나의 이유 덕분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된 올해는 뭔가 더 특별하고 비범하다. 그 특별한 비범함은 아이들의 돌봄으로 인한 육아휴직을 종료하고 다시 한번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복직 때문이지, 아니면 실수가 용서되던 30대를 벗어나 조금은 완숙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불혹의 나이 때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만 마음이 복잡하다는 사실만은 정확한 듯하다. 


어머니가 차려준 떡국을 맛있게 먹고 난 이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집 앞동산에 잠시 올라 맑은 공기를 마셨고 윷놀이를 했으며 아직 녹지 않은 눈을 가지고 한바탕 눈싸움을 벌였다. 그랬더니 복잡했던 마음 대신 또렷한 생각과 정신이 나를 지배하고 있음을 느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진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낸 새해 첫날이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좋았다. 마냥 감상적이지 않았던 것은 가족들 품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있는 현재의 나 때문일 것이고 마냥 들뜨지 않았던 것은 복직의 현장으로 출근하게 될 내일의 나 때문일 것이다. 


작심삼일이라도 새우며 새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볼까도 생각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린다. 너무 급하지 않게 나만의 걸음을 걸으며 한 해를 그렇게 시작하고 펼쳐보자고 다짐하며 말이다.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 중에서


아버지의 스마트폰에서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 가사의 의미는 아마 그렇지 않겠지만 내 상황 때문인지 나에게는 올해의 삶을 너무 움켜쥐지 말라고 들린다. 갑작스러운 우연의 메시지가 힘이 된다. 나의 다짐에 방향을 세워준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노래를 듣다 보니 그렇게 새해 첫날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2022년이 시작된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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