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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31. 2021

내게 2021년의 마지막은 곧 30대의 마지막 하루

청지사 레오의 글쓰기 22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방학식에 참여했다. 정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헤어짐에 조금 슬퍼하긴 했지만 금세 방학이라는 자유로운 해방감에 신나 하기 시작했다.

나는 복직을 앞두고 발표된 인사이동 명단에 이름이 실렸다는 사실을 어제 확인하고 그 이후부터 마음이 복잡해졌다. 휴직 중이었지만 그동안 몸담았던 기관과 팀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안함,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기대감 등이 얽히고설켜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가 내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어디를 가든 내가 청소년지도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역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덕분에 기운을 내본다.

우리 가족은 송구영신의 시간을 평창에서 보낼 예정이다. 방학 기간,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고 싶다고 했고 그 바람을 이뤄주기 위함이다. 더불어 나와 아내도 전화로만 안부를 묻던 부모님과 안녕을 서로 주고받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떠나기 위한 옷, 책, 학습지와 장난감 등 챙겨야 할 짐이 산더미다. 바라보면 할 일이 넘쳐나지만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레 짐을 정리하며 일 년의 마지막 날을 그렇게 보내야겠다.

한 해를 보내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구는 아쉬워하고 또 누구는 머물고 싶어 할 것이고 또 누구는 빨리 보내고 싶어 한다. 오늘의 하루와 내일의 하루는 그리 다르지 않은 똑같은 - 또는 비슷한 - 하루일 텐데 해가 달라진다는 사실 하나로 분위기와 감정이 달라지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나는 해가 지나면 불혹이라 부르는 나이로 접어든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그리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으로 자랐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긴 하지만 어찌 됐는 그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상황이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곤 할 때가 있는데 나에게 2022년 새해가 불혹이라는 상황과 함께 자극제가 되어 나를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다만 그 성장의 시간 속에 스스로 너무 깊이 침잠하지 않고 생동감 넘치길 바라본다. 그런 사람이 되길 30대 마지막 날 잠시 희망해 본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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