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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30. 2021

책이 주는 따뜻함이 좋다.

청지사 레오의 글쓰기 21

© jaredd_craig, 출처 Unsplash

어렸을 때부터 난 책을 좋아했다. 특히 책이 주는 따스함을 좋아했다. 꿈꿈한 종이향이 가득한 책 냄새와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표지에서부터 나를 사로잡는 그 신비로움이 내겐 따뜻하게 다가왔다. 아니 책이 나를 그렇게 반겼던 것 같다.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책장 가득 꽂혀있던 책을 가지고 놀던 기억이 있다. 글을 읽지 못했을 땐 그것이 장난감이었다. 쌓고 넘어트리기도 하며 책 속의 그림과 인사를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읽어주었다. 그 시간이 좋았다. 그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제법 자랐다고 여겼을 때부터는 아버지가 서점에 데리고 가서 한 아름 책을 사주시는 날을 늘 기다렸고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받는 것을 기뻐했다. 학창 시절 CA(계발) 활동 시간엔 스스로 독서부에 들어가서 책을 읽었고 가방에는 늘 한두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방에서 읽는 책, 이동 중에 읽는 책,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 각각 존재했다. 내 옆에 책이 있었고 책 옆에 내가 있었다.


이른 나이에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도 매일 늦은 밤 책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고 그 시절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지각했던 원인도,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것도 모두 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아무리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책을 보고 있으면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불편한 자리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만 허락된다면 괜찮다고 여길 정도였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 책을 봤던 것은 아니다. 속독을 하기보다 정독을 하는 습관 덕분에 책을 읽다가 앞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열 권짜리 이문열의 삼국지 전집, 안도현의 연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 내려갔다. 책 속에서 나는 전쟁영웅이 되기도 했다가 한 마리의 은빛 연어가 되기도 했고 알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싱클레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책은 내게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가이드가 되어주었고 미처 알지 못하는 삶의 경험을 시켜주었으며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이 되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책은 늘 변함없이 따뜻하다.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홀로 그 자리를 지키는 듯한 아날로그 한 감성이 그 불변함의 여유로움과 지체 없는 따스함으로 오래전 그때처럼 오늘도 나를 반긴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하기도 하고 상상력의 세계로 날 인도하기도 하며 어느 날은 한없이 작아진 내게 충고와 위로를 건네주며 따뜻하게 다가와 준다.


난 매년 서른 권 정도의 책을 보고 느끼고 감상했던 것을 이 공간에 남기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육아휴직 덕분에 50권 넘게 책을 볼 수 있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장르 중에는 소설을 가장 좋아하긴 하나 에세이, 시, 시나리오, 역사, 사회, 자기 계발 등을 가리지 않고 보려고 한다. 가급적 책 편식을 하지 않으려 하고 유행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관념에 빠지거나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함이고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이제 난 스스로 보고 싶은 책을 한 아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여전히 난 책을 좋아하고 있고 책은 늘 내 곁에 존재한다. 가방 속에도, 내 방 내 자리 위에도, 소파 위에도 내가 움직이는 곳곳마다 책이 함께 하고 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또 올 한 해 함께했던 책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앞으로 만날 또 다른 책들도 기꺼이 환영하며 기다릴 예정이다. 책이 내게 그렇게 따뜻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맞이하려 한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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