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팀장은 처음이라...

by 서린

최근에 다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팀장 승진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승진이라기보다 직책 변경이었지만, 편의상 승진이라고 해두자. 일개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다행히 권력 이양(?)은 꽤 평화롭게 이뤄졌다. 원래 내가 모시던 팀장님은 다른 부서 소속으로 우리 팀 팀장직을 겸직하고 있던 분이었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셨기 때문에 내가 조만간 그 뒤를 이어 팀장을 맡는 수순이긴 했다. 다만, 그 타이밍이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1년 정도 더 빨랐을 뿐이었다.


팀장님도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통보받은 직책 변경이었다. 승진 일주일 전 인사팀장에게 면담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당연히 성과급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고 면담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팀장이라니.


그래도 팀장님에게는 돌아갈 원래 소속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상사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은 아니었고, 덕분에 서로 마무리는 비교적 훈훈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이 내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아닌데? 내가 기분이 나쁠 일이 뭐가 있어?"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원래도 남편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는 편인데, 가끔은 나 스스로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내 마음까지 먼저 알아차리곤 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동안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할 땐 불편한 마음 없이 그저 좋기만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팀장이라는 직책은 이제 내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내가 속한 조직 특성상 내 위에 다른 본부장이나 임원 없이 바로 부사장님이나 사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웠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적으로 가장 바쁜 3월을 맞이한 것도 문제였다. 갑작스럽게 계획이 틀어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큰 이변이 있지 않는 이상 언젠가 내가 물려받을 자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결국 내가 기다리던 팀장이 된 것도 사실이니, 기쁜 일이 분명한데 내 마음은 어쩐지 자꾸 불편했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에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겁다 못해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울적한 기분까지 드는 내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남들도 승진을 앞두고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승진이 그저 기쁘기만 한가?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감정을 지칭하는 '승진 우울(promotion blues)'라는 용어도 있다고 하니,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닌가 보다 싶어 다소 위안이 되기도 했다.




팀장 발령이 난 지 이제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걱정했던 대로(?) 어딘가 물어보거나 의지할 대상 없이 내 책임 하에 이런저런 의사 결정을 내려야 했고 사장님 보고도 직접 해야 했다.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버겁지는 않았다.


아직은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팀장이라는 직책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언젠가 나도 제법 팀장다운 팀장이 되어 있길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셀프 화이팅을 한 번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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