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마저 전투적으로 받는 나, 정상인가요?

by 서린

발레를 취미로 꾸준히 한 이후로 예전만큼 어깨나 목이 아프지는 않다. 오랜 세월 굳어 있던 승모근은 여전히 우뚝 솟아있지만 이제 일상적인 통증은 느끼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다.


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여행을 가서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하게 자거나 기차나 비행기에서 목이 꺾인 채고 깜빡 졸고 나면 어김없이 신호가 온다. 그럴 때면 더 나빠지기 전에 얼른 마사지를 받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여수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어김없이 오른쪽 뒷목 어딘가에서 기분 나쁜 묵직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할머니 집에 간 사이를 틈타 서둘러 마사지를 예약했다.


마사지를 시작하기 전, 관리사님은 늘 그렇듯 압은 어느 정도로 할지 물었다. 나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최대한 세게요”라고 대답했다.


워낙 곰 같은 성격이라 웬만한 통증은 잘 견디는 편이기도 하지만, 일분일초가 아쉬운 워킹맘이 비싼 돈 내고 소중한 시간을 들여 받는 마사지인만큼 최대한 뽕을 뽑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설렁설렁, 약한 압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마사지를 받는 날이면 괜히 손해 보는 기분도 든다.


관리사님의 손이 점점 힘을 더하자, 나는 이를 악물고 숨을 참았다. 윽,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릴렉스를 위해 받는 마사지마저 나는 왜 이렇게 고통을 참아가며 치열하게 받고 있는 걸까.


마사지뿐만 아니라 운동도, 일도, 자기 계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을 뺀 편안함은 왠지 초조하다. 가끔 주어지는 온전한 휴식조차 효율적으로 해내야 할 과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마사지마저 최대 효율로 받아내려는 내 모습이 좀 씁쓸하게 느껴졌다.


마사지 베드에 엎드려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한다. 문득 십 년도 훌쩍 넘은 허니문에서 받았던 마사지가 떠올랐다. 행복과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결혼식을 끝내고,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리조트로 날아갔다. 허니문 첫날 리조트에서 받은 마사지는 지금처럼 깊은 통증을 견뎌야 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오일로 피부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정도의 가벼운 손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 손길에 완전히 풀어졌다. 몸이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덧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렌즈를 갈아 끼운 것 마냥 세상이 또렷해 보였다. 존재 전체가 잠시 무장해제된 것 같았던 그날의 마사지는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받은 "강한 압"의 마사지들은 대부분 고통을 참고 견뎌내는 시간이었다. 마사지를 받다 잠이 든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마사지는 다른 누군가의 손에 몸을 맡기는 시간인데도 나는 마사지마저 버티고, 견디려 하고 있었다.


하루를 계획과 체크리스트로 채우는 40대 워킹맘의 삶 속에서, 나는 늘 긴장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진짜 풀려야 할 것은 굳은 근육이 아니라, 쉬는 시간마저 효율적으로쉬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치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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