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각을 잡고 어딘가에 적어둔 건 아니었지만, 올해는 꼭 해봐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한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겠다는 목표였다. 스스로를 어느 정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 3회 연재라는 규칙도 정해두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재일을 맞추지 못하고 하루 늦게 글을 올리는 날이 생기더니, 이제는 아예 그 주의 연재를 건너뛰어버리는 일도 생겼다. 일정이 어긋날 때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그래도 최소한 주 1~2회 연재는 지키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계획이 벌써 흐트러졌다는 사실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주 3회 연재라는 일정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던 것 같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외에도 올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더 있었다.
기존에 하던 운동과 식단을 유지하면서 근육량을 1킬로 더 늘리겠다는 목표, 일본어 공부를 계속해서 연말에는 JLPT N1을 취득하거나 최소한 일본어 원서 한 권을 끝까지 독파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매일 잠들기 전 ‘감사일기’를 써보겠다는 계획은 몇 년째 나의 신년 목표에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실천한 적은 없다.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것저것 욕심만 앞섰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작심삼주 만에 계획에 구멍이 숭숭 나더라도, 실패를 인정하고 아예 멈춰버리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이어가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리게 가도 괜찮으니 완전히 놓아버리지만 말자는 다짐이었다.
내 다짐의 유효기간이 3주라면, 한 달에 한 번씩 다시 다짐을 새로 세우면 되지 않을까.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다시 시작하는 횟수가 많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여보기로 했다.
돌아보면 작년 초에 세웠던 새해 계획들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작은 변화들은 차곡차곡 쌓여왔다. 대단할 것 없던 하루들이 모여 나의 습관과 태도, 몸과 마음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다짐을 해야만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별다른 의지 없이도 반복되는 루틴이 되어버린 것들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느리더라도, 잠시 멈추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그걸로 충분한 건 아닐까.
내년에도 나는 어김없이 끝내 지키지 못할 새해 계획을 또 세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되새기는 그 시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다.
거창하지 않은, 무사한 하루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별일 없는 하루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매년 새해에 진짜로 바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매일은 못 하더라도, 최근에 감사를 느낀 순간을 이렇게라도 붙잡아두고 싶다.
며칠 전 밤새 큰 눈이 내려 출근길이 하얗게 뒤덮인 날.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지도 모른 채 밤새 편안하고 따뜻하게 잠들 수 있었음이 감사하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이른 아침 출근길에 이미 길을 치워준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잠시나마 밤새 쌓인 눈 풍경을 보며 예쁘다고 느낄 수 있었던 마음의 여유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