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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May 03. 2024

37억 대출 감내하고 사는 두 아이 엄마

저는 2019년에 신랑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조금씩 아파트를 사고팔았다가,

2021년, 2022년에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현재 은행 대출 금액만 30억 원인 두 아이 엄마입니다.


이번 달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두 군데 지식산업센터에 대해 대출을 실행하면 총 37억 원 정도가 됩니다.

전세 준 집 보증금 빼고요.


그나마도 얼마 전 법인 명의 집을 팔아서 조금 낮아진 금액입니다.


감당도 하지 못할 이 엄청난 대출을 끌어당긴 것은 모두 저의 판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지나친 욕심의 결과였어요.


그저 아이들 학원비 정도 벌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욕심이 크지 않았어요.


대출금리가 2% 수준이었던 3년 전, 사무실 임대를 놓으면 4%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으니 

한 달에 30~4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졌어요.


게다가 몇 달 만에 지식산업센터의 매매가가 몇천만 원씩 오르니,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투자에서 수익을 얻으면
판돈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때 바로 과욕을 경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매매가 2억 원 수준의 지식산업센터 계약에도 벌벌 떨었어요. 


그러다 실제로 통장에 매달 몇십만 원씩 쌓이는 것을 보고, 시세가 껑충껑충 뛰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욕심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매가 8억, 9억씩 하는 지식산업센터도 겁 없이 매수한 거죠.



여기서 그쳤으면 정말 다행이었을 텐데, 욕심은 끝이 없어 지산 분양권까지 추가로 매수했습니다. 

신랑이 반대하는 것을, 다투면서까지 계약을 했어요.




그러다 2022년 중반부터 대출금리 상승을 엄청나게 체감했습니다.통장에 임대료가 쌓이는 대신, 대출 이자가 더 많이 나가기 시작했어요.


코픽스 금리에 가산 금리가 더해져서 내가 받는 대출 금리가 됩니다


2022년 후반에 들어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상황 파악이 빠른 사람들은 이미 짐 싸서 나간 후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빠져나간 사람들 잘 가라고 여비 챙겨준 꼴이었고요.


투자 실패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것과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감당하는 것


매수 결정 과정을 떠올릴 때마다 어리석은 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2021년 가을, 금리가 오르면 수익형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니 금리가 끝까지 오른 후에 매수하는 게 맞다는 제 의견에 

"초보예요? 금리 걱정하게?"라고 대답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의 고금리와 하락장을 잘 대비했더라고요. 


반대로, 움직이는 게 열심히 삶을 사는 거라고 잘못 생각했던 저는 제일 비싼 가격에 매수를 하고요.

그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아무 일도 벌이지 않았더라면, 고금리 예금 이자를 누리며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저희 가족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했어요.

앞이 보이지 않고, 너무나 큰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자꾸만 도망치려고 했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고, 글쓰기를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는 것 모두 살아내기 위함이었어요.


그리고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졌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냈으니까요.


자신감도 생겼어요.

나 같은 사람도 살려낸 방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서요.


현금으로 7억을 고스란히 날리고, 지금도 30억에 대한 대출이자를 감당하며 살고 있어도,

이만큼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다고요.


치열한 내면의 전쟁을 치르는 우리 모두가

한 명 한 명 진심으로 소중하다는 걸 마음 깊이 느끼면서 살 수 있다고요.



그래도 살아내야 해.
어떻게든 살아내야 해.
방법을 찾을 거야.
잘될 수밖에 없어.
하늘은 내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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