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제안하기 메일을 처음으로 받아보았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출판사로부터 책 출간 제안을 받는다고 하셔서, 제안 메일이 왔다는 알림에 마음이 콩닥거렸습니다.
막상 열어보니, 더 멋진 내용이었어요.
싱가포르 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수 있겠냐 하는!
'스팸인가?'
'납치와 감금?!!'
'아니면 진짜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 가능한 날짜를 알려드리고, 기획 의도와 촬영 형태를 여쭈었지요.
'한국의 자산가 이탈 현상'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면 쫄딱 망한 사람의 서사를 진지하게 담은 내용일 테니까요.
감사하게도, 3페이지 빽빽한 CNA 방송사 소개와 촬영 내용과 방법, 제작사 행동 강령까지 담은 pdf 파일을 보내주셨어요.
'와! 진짜 방송 출연 제안을 받다니!'
브런치스토리에 제 투자 이야기를 적기 시작할 때부터 꿈꾸었던 장면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어리석게 투자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나를 타산지석 삼아서
나와 같은 고난을 겪지 않길.
혹시 실패를 마주한다 해도,
소중한 나 자신을 끝까지 지켜내길.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제 현재 경제적 상황을 방송 작가님께 전달한 후, 며칠 후에 답장이 왔어요.
첫 제안 메일에서처럼 '이탈하는 자산가'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 극단적인 투자 실패 사례를 찾으셔야 했나 봅니다.
아직 밥은 먹고살고 있는 저는 '마음으로는 실패가 뼈아프겠으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죽을 만큼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 상태'였을 거예요.
어쩌면 다행이다 싶습니다.
누가 보아도 쫄딱 망한, 재기 불능할 정도의 실패는 아니라는 인정을 받은 기분이에요.
'싱가포르 국영 방송이면 간단한 대화는 영어로 하려나?' 면서 은근히 들떴던 마음도,
'아무리 학군지라고 해도 우리 동네가 재건축 아파트니까 가난을 그려내기는 좋을 것 같은데?'라는 북 치고 장구 쳤던 마음도
김칫국 드링킹이 되었습니다.
이왕 텔레비전에 나간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져서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모습이 좋겠지요.
그러한 기회가 오는 날을 마음에 그리며, 그에 걸맞은 성과를 만들어야겠다고 눈을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