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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요? 힘이 있으시군요!

by 위드웬디

며칠 전 <우리 중에 게는 없어야지>라는 제목으로 쓰다가 저장한 글입니다.




'크랩 마인드' 또는 '크랩 멘탈리티'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거나 끌어내리려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게들이 양동이나 바구니 안에 있을 때, 한 마리가 탈출하려 하면 다른 게들이 그 게를 끌어내려 결국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누군가 성공하거나 앞서 나가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질투, 시기, 불안감 등으로 인해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방해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출처: ShipleyHannar https://pin.it/16dp6DJNS


"야잇, 게 xx"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최대한 우아하게 돌려 말합니다.


"우리 중에 게는 없어야지. 그렇지 않아?"




제게 좋은 일이 있었을 때, 비아냥거렸던 사람을 생각하며 키보드를 우다다다 두드리며 쓰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얄미운 사람의 행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다니, 그 사람 못지않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돌려주겠다는 분노가 글에 묻어났지요.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제가 장염에 걸려서 복통과 몸살까지 앓고, 계획했던 거의 모든 일정을 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기운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밥 먹은 설거지를 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어요.


배에 따뜻한 찜질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무슨 크게 화낼 일이었나 싶습니다.

기운이 없어서인가, 화 나는 느낌이 전혀 없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한 말을 굳이 떠올려서 대꾸할 말을 찾아내는 것부터 에너지를 쏟는 일이구나 싶습니다.


그렇게 대꾸한다고 해서 나에게 이득 될 것도 하나도 없고, 굳이 말 섞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좋지도 않은 연결 하나 더 만들어서 뭐 하나 싶습니다.

화내는 것도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네.


꼼짝도 못 할 정도로 온몸에 힘이 빠져 보고서야 알았어요.


화를 내는 것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화를 내어서 에너지를 소모할 가치가 없는 사람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요.


거꾸로 생각해서, 화가 나는 상황이라면 '내게 힘이 있구나'를 자각하고

'내 아까운 에너지를 여기에 쓸 필요가 있나?'라고 헤아려보면, 굳이 화낼 일이 많이 줄어들겠구나 합니다.


사실 분노는 '참자 참자 참자'를 반복한다고 해서 가라앉지 않아요.

무턱대고 참다가 폭발하기보다는, 내 소중한 에너지를 아끼자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아요.


상대방을 위한 억지 인내가 아니어서, 훨씬 더 기분 좋게 분노를 잠잠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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