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초점이 잘 안 맞습니다.
웃느라 잠깐 생긴 입가 주름인 줄 알았는데, 무표정한 얼굴을 거울로 보았을 때에도 팔자주름이 선명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흰머리가 군데군데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들만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일 때 엄마 나이가 지금 제 나이니까,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생활이 늦어져서, 옛날 나이 기준으로는 열 살쯤 빼야 한다던데'를 아무리 갖다 붙여도 중년임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이왕 나이 먹음을 인정하는 김에, 할머니가 되면 이런 게 좋겠구나, 하며 꼽아봅니다.
자산을 이룬 척도로 인생의 성공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다.
진짜 부자인지 여부가 가장 잘 드러나는 나이가 노년기일 겁니다.
'부자 할머니'를 떠올리면, 부자 동네에 살면서 값비싼 물건을 마구 소비하는 모습이 전혀 아니지요.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자 할머니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옷을 단정하게 입은, 건강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기품이 느껴지는 분'이지 않을까요?
'자산이 얼마얼마이다'로 부자입네 아닙네 따져서 성공 여부를 줄 세우는 젊은 시절보다 훨씬 좋잖아요.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면 오히려 더 없어 보이는 나이.
건강, 성품, 마음가짐이 밖으로도 아주 잘 드러나는 시기가 될 거라서 노년의 날들이 기대되어요.
죽음이 가까워지기 때문에,
하루의 삶을 더욱 귀하게 여길 수 있다.
할머니가 되어야만 느끼는 건 아니지만, 또래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이 생각이 보편적이 될 테니 더욱 좋겠지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고통으로 채워야 보람 있는 하루이다'라고 여기지 않아도 되고요.
'오늘의 삶을 충분히 좋음으로 채우고, 내일이 있다면 또한 감사히 하루를 보낼 자격' 같은 것 따지지 않아도 되니까요.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되살리고, 후회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예전의 기억은 모두 좋았던 것으로 남길 수도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뻐 보일 것이다.
어릴 때에는 갓 태어난 아기만 귀여워 보였다가, 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귀여운 나이가 점점 올라가잖아요.
아들이 고등학생이어서 그런가, 요즘은 고등학생들은 당연히 귀여워 보이고 이십 대 청년들도 귀여워 보여요.
사오십 대 중년들도 귀여워 보이는 할머니가 되면,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예뻐서 세상 자체도 참 예뻐 보이겠구나 합니다.
세상을 예뻐하는 눈을 가진 할머니는 본인의 눈도 보석처럼 빛나겠지요?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기 위해 애쓸 때보다, 할머니가 되면 좋은 게 참 많겠구나 하는 지금 더 많이 미소 짓게 됩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힘'을 열정이라고 한다면, 열정이 별로 보이지 않는 중년 아줌마라고 인정할게요.
그렇다 해도 나이 듦의 자연스러움과 품어주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괜찮아요.
성공한 삶이 아니라고 자책에 찌들어서 죽을 날만 기다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감사해하며 채우는 할머니도 꽤 멋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