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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없다고 불평했는데,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고

by 위드웬디

5일 전 발등 골절로 목발 신세입니다.

너무나 별일 아니게 평소와 다름없이 넘어졌는데, 다음날 아침에 발이 퉁퉁 부은 걸 보고서야 뼈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어요.


반깁스를 하고 절뚝이며 다닐 때만 해도 좀 불편한 정도였는데, CT를 찍은 후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나서는 생활이 송두리째 달라졌습니다.


나머지 한쪽 다리와 양팔에 힘을 주어야 해서, 발이 아픈 통증보다 온몸의 근육이 다 아픈 게 훨씬 심해요.




병원에서 근무할 때 입원 환자들의 영양 필요량에 따라 수액 조성을 설계해서 자문하는 일을 했었어요.


입으로 먹는 밥, 죽, 영양액은 영양사 선생님들께서 조성을 맞춰 환자마다 제공하고, 혈관으로 직접 투입하는 영양 수액 조성 설계는 약사의 업무거든요. 물론 의사의 처방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수술 등 환자 상태가 영양이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열량과 단백질 필요량의 2배 정도 설정을 해요. 그만큼 영양 소모가 많다는 뜻이지요.


골절의 경우에도 영양 필요량이 1.5~2배 많아지는데, 그냥 회복을 위한 필요라고 생각했었어요.


허나 막상 당해보니 뼈 붙는 데에만 에너지가 쓰이는 게 아니에요. 목발을 짚고 움직이려다 보니 온몸에 용을 쓰면서 땀이 비 오듯 하더라고요.

약국에 마사지겔 하나 사러 다녀오면서 기진맥진해서 한동안 누워있어야 할 정도였어요.


다행히 골절로 인한 통증은 별로 없고, 인대에 큰 손상이 있는 건 아니만 목발을 짚는 그 자체가 몸살과 큰 불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택배를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일이 언감생심이 되었습니다.

버스에 타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데일 카네기는 <행복론>에서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라고 했다 합니다.

아직 행복론을 읽지 않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면 얼마나 더욱 근사할까 싶습니다.


'발이 없는 그 사람은 목발을 짚고서라도 거리를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목발을 짚느라 온몸이 쑤셔오지만, 근육이완제를 먹고 마사지를 해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


두 손이 자유로우니 앉아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상체에는 이상이 없으니 생각하고 먹고 자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픈 사람의 통증을 이해할 수 있으니 환자에게 더 큰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렇게 마음에 드는 글감도 얻었습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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