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5

김설진 님이 기획한 연극을 보고

by narae

오늘 그가 기획한 연극을 보는데 그는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인다. 그는 여전히 춤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만든다. 연극이 끝나고 객석을 나왔을 때 그를 보았다. 멀찍이 보기만 해도 좋아서 슬쩍 보고 극장을 나왔다. 사실 악수도 하고 싶고 감사의 포옹도 하고 싶었으나 나는 부끄럼쟁이 팬이므로.


김설진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오래전, 댄싱나인이라는 댄스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댄서들이 나왔지만, 나의 눈에는 김설진 님의 춤이 마음에 갔고 춤에 담긴 표정을 보게 만들었다.


그의 춤은 무대를 애벌레처럼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나비처럼 가볍게 휘날고, 뼈가 없는 사람처럼 무대 바닥에 딱 붙어서 춤을 춘다. 처음엔 특이해서 눈길이 갔는데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하나하나의 점으로, 선으로 감정이 그려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거미의 기억상실이라는 노래에 맞춰 두 남자가 춤을 추는 무대이다. 연인을 떠나려는 사람과 떠날 수 없는 사람의 내면을 나타내는 무대인데 지금 찾아보니 벌써 10년 전의 무대다.


그가 가사에 맞춰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헉하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때의 감정을 그가 대신 꺼내주었다. 떠나지 못하고 아픈 마음에 바닥을 기고, 떠나려고 하는 마음은 애써 반대편을 본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고 그렇게 했으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들.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춤이 감정을 꺼내어 말해준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와서 그의 연극은 네모난 소가구들이 계속 다르게 배치되는데 지하철도 되었다가, 자동차도 되었다가, 집도 된다. 그 가구들이 결국엔 네모난 박스에 다 들어간다. 배우들이 직접 옮겨가며 무대를 꾸민다.


연극을 보며 내가 생각한 것들은 이렇다. 우리들은 네모난 것들에 둘러 싸여 살지만 너희들은 손을 잡고 둥그렇게 춤을 출 수 있고, 각진 세상이지만 곡선을 가진 너의 것은 언제든 다른 선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것들에 대한 안녕을 바라며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넨다는 그 만의 표현이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