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곳이 궁금해
여행첫날, 설레서 쓰는 일기
인천공항에서 저녁 8시 비행기를 타고 오전 8시 반쯤 도착한 시드니. 열 시간의 비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전날밤에 설레서 새벽 네시에 잠들고 비행기에서도 잘 자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시드니는 약간 습했지만 따뜻한 날씨였다. 나는 그런 날씨로 여행을 가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반기듯 안아주는 것 같아서.
머그샷을 찍었냐는 친구의 메시지에 풉 하고 웃음이 터졌다. 입국심사 촬영이 진짜 머그샷처럼 찍히기 때문인데 누구나 다 그렇게 찍힐 수밖에 없다.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반가워서 포옹으로 인사하고 보는데 피부가 많이 까매지고 더 마른 것 같다. 여기서 만나니 인천공항 같았다. 같이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셰어하우스로 간다. 운이 좋게도 친구의 지인이 있는 곳에 한주를 통으로 빌려서 편안하게 지낼 곳이다. 문 앞에는 웰컴 투 시드니가 붙어있었고 침대 위에는 친구가 준비한 웰컴 선물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직접 쓰고 그린 귀여운 카드와 함께. 내가 시드니에 오면 꼭 사고 싶었던 것들이 다 놓여 있었다. 생각지 못한 선물에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대충 짐을 놓고 트레인을 타러 가는 동네의 거리도 너무 예쁘다. 발리에서 자주 본 하얀 꽃나무와 고슴도치처럼 생긴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를 봤다. 트레인을 타기 전에 밖에서 카드를 한번 찍고 나와서 또 찍는 거라고 한다. 트레인이 오는데 아, 너무 신기하게 생겼잖아. 자꾸 크고 작은 기분 좋은 처음의 느낌들을 마주한다. 지상 출구로 나가 보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도시인데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는 화려하고 정갈한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너무 신난 아이처럼 고개를 들어 건물들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를 만나도 날아갈 것 같고, 초콜릿 가게도 신기하고, 쇼핑몰 내부는 왜 이리 멋진 거야. 느낌표의 향연이다.
시내 책방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나눠먹으며 공원으로 향했다. 하이드파크. 정말 넓고 큰 식물원 같았다. 감탄을 연발하며 흙냄새를 맡고 여유롭게 산책했다. 우연히 본 느낌 좋아 보이는 카페에서 진한 라테도 마셨다. 그곳에서 친구와 깊은 얘기도 해보고. 그 풍경에 머물렀다.
또다시 이동해 트레인을 타고 서큘러키에 갔는데, 역에서 보이는 풍경이.. 아 너무 좋아 말을 잇지 못했다. 내려서 봐도 너무 멋지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봤던 풍경을 눈을 나란히 마주하고 본다. 감격스러운 기분이다. 드디어 내가 보고 싶던 그 풍경 아주 가까이에 도착했다. 꿈만 같았다. 오늘 하루에 이런 꿈같은 순간을 얼마나 많이 마주했는지 모른다. 친구와 오페라바에 앉아 피시 앤 칩스와 오징어튀김 맥주를 먹었다. 그 풍경 속에 머무르며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내 눈을 카메라 삼아 눈앞의 풍경을 계속 담았다. 느지막이 나온 메뉴를 먹고 오페라하우스 언덕에서 강을 보며 바람을 맞았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바람을 맞고 있는 친구도 보고, 눈앞에 멀리 펼쳐진 장면들도 눈에 담았다. 터키의 어느 마을과 비슷하게 생긴 곳도 봤다. 오페라하우스 옆에 엽서에 나올만한 공원이 있는데 거기가 보타닉가든이었다. 하이드파크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오페라하우스 옆 공원이라니 평화로운 느낌, 온 마음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다채로운 꽃과 나무들 새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잔디밭 위에는 돗자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누워있거나 앉아있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 같다. 보타닉에서 쭉 걸어가 멀리서도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봤다. 걸으면서, 앉아서. 그러고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가서 헝그리잭스에서 아이스초코를 마시고 약국에서 비타민과 포포크림을 샀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울월스에서 장을 보고 맥주도 사고 집에서 오늘 산 야채와 고기로 저녁을 만들어먹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든 순간들이 놀라운 선물 같았다. 그래서 친구가 찍어 준 사진들을 계속 봤다. 잠이 오지 않아서 또 보고 보고 싶어서 또 보고.. 오늘 하루의 여행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나는 이 여행지에서 또 환하게 웃고 있다. 행복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