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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Nov 12. 2023

마이 샤이니 월드

나에게 영원히 빛나는 사람들

샤이니라는 아이돌. 컬러풀한 스키니진을 입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선 누난 너무 예쁘다고 하던 아이돌은 어느새 모두 삼십 대가 되었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은 아이돌을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중간중간 다른 아이돌에 빠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의 원픽 최애는 샤이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가 이 아이돌 어떠냐며 매일 사진을 보여주곤 했는데 그게 덕통사고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때의 샤이니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다섯 명의 소년들이었다. 두부 같은 얼굴을 하고선 예쁜 미소를 짓는 온유를 보면 사람이 이렇게 예쁘게 웃을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독보적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종현이는 어디서 그런 목소리를 내는지 감탄하며 그 노래를 들었었다. 진하고 잘생긴 외모의 민호는 외모의 정석인 듯했고, 직접 보았을 때 생각보다 더 큰 키를 가진 기범이는 끼가 가득 차보였다. 작고 여린 몸으로 부서질 듯 춤을 추는 막내 태민은 나랑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는데 그때의 내가 봤을 땐 너무나 어려 보였다.


친구가 매일 영업한 덕분에 나는 샤월이 되었고 그날 이후 매일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을 듣곤 했다. 그 당시 pmp라고 하는 동영상 플레이어로 사진도 넣고 음원도 넣어 가지고 다니며 사용했다. 그걸로 공부할 자료도 넣고 영화도 보았다. 당시엔 그게 나의 스마트폰이자 나의 세상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나의 방엔 샤이니 브로마이드가 벽에 붙어있었다.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 붙여두고 매일 봤었다. 친구가 놀러 와서 브로마이드 속 멤버들에게 뽀뽀하고 그걸 또 내가 말리며 장난쳤었다. 오래된 추억이 영화를 보며 떠올랐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사회초년생이 되고 여러 가지 모양의 삶을 사는 동안 그들은 조금씩 흐려졌고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더 중요해 잊고 살았었다. 그러다 종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날. 샤이니를 좋아하는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며 울었다. 믿을 수 없고 믿기 싫은 일이었다. 그 이후로 종현이의 목소리나 샤이니의 노래를 잘 들을 수 없었다. 샤이니라는 단어만 봐도 자꾸 차오르고 커지는 숨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존재가 이 세상을 살기 싫어하는 존재를 위로하는 노래로 귓가에 퍼진다. 당신도 힘들었지만 그대들은 힘을 낼 수 있게 고요히 두 손을 잡아주는 노래를 건넨다.


이제는 다들 군대도 다녀오고 각자의 색으로 방송에 활동하는 샤이니를 제대로 보며 응원한다. 그리고 여전히 좋아한다. 언제나 나의 눈에 가장 예쁜 아티스트들이다.


빛이 나던 나도 이제는 성인이 되고 여러 갈래의 길을 지나 지금의 삶을 산다. 언젠가 힘들고 외로운 날들이 찾아오면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비추는 빛처럼 나를 달래고 미소 짓게 한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밝게 짓는 웃음과 장난 섞인 행동이 담긴 영상들이 오래된 위로가 된다. 빛을 잃어 표정이 없어지는 날들이 많아질 때면 샤이니의 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빛을, 그때의 빛을 다시 느낄 수 있다.


평일의 영화관엔 나 혼자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검은 화면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샤이니에 대한 고마움, 그리움, 애틋함, 여전히 사랑하는 팬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샤이니라는 이름은 '빛'이라는 뜻의 명사 'Shiny'에 어미 'ee'를 조합하여 만든 것으로 '빛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여전히 빛난다. 나의 눈에, 사람들의 눈에, 2008년 5월 25일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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