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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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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Feb 27. 2024

왜 요가 강사가 되고 싶었냐는 질문

아무도 하지 않는 질문

왜 요가를 가르치고 싶었어?


왜 요가 강사를 하고 싶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나의 꿈이었는지 도피였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돈으로 환산하고 판단하는 질문만 있었다. 그거 배우는데 얼마나 들었어? 인도 가서 배우면 얼마야? 한 타임에 얼마 받아?


어떤 직업은 머리를 쓰는 직업이라 가치가 높고, 저 직업은 어떻고, 돈을 얼마나 벌고 부가가치가 높다더라. 사실 명절에 들었던 말들이다. 피곤했다.


그 말들을 듣고 대답했을 때는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하는 일이 보잘것없고 가치 없는 일 같이 느껴서가 아니라 요가를 그렇게만 바라보는 시선이 슬퍼서.  


왜 요가 강사를 하려고 하나요?라는 질문을 지도자 교육 과정에서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질문을 듣고 바로 대답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자기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질문을 처음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요가강사가 되기 전에는 내가 갈 수 있는 회사가 있고 월급을 받고 휴가를 가고 여행도 가는 삶이었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중요한 나사 하나가 빠진 채 무의미하게 돌아가는 시곗바늘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표정 없는 나를 보는 자신이 고통스러웠다. 아사나를 익히면서 느끼는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이어서 늘 미간에 인상을 쓰고 살았다.


이직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구직사이트를 클릭하던 마우스가 길을 잃고 멈추었을 때였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잖아 하는 소리가 어디서 자꾸 들려왔다. 처음 회원들 앞에 섰던 초보 강사였을 때에도, 그들에게 험담을 들었을 때도,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서린 눈빛에도 힘들지 않았다.


제일 힘든 건 계속 선택의 기로 앞에 세워진 나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한국에 오신 인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해 가을, 인도에서 요가 지도자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인도에 가야 하는 것을 느꼈다.


인도에서 요가를 배웠을 땐 머리를 한 대 맞고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요가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요가는 이런 거야, 하며 (일단 맞고) 천천히 알려주었다.


요가라는 것 자체를 신성하게 여기는 인도였다. 그들이 믿는 다양한 신처럼 지극히 대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다이어트나 유연성 기르기, 교정, 운동, 스트레칭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인도에서는 요가를 시작하기 전 두 손을 합장하고 옴, 하는 찬팅으로 시작해 만트라를 부르고 호흡을 하고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한다. 아사나도 발의 기반부터 시작해 섬세하게 이어나간다. 많은 아사나를 하지 않는다. 하나의 아사나를 해도 이 아사나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 이름대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몸을 움직인다. 몸과 마음이 연결된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인상 깊었지만 학생들도 놀라웠다. 정말 간단한 동작으로 보이는 것들도 진지하게 임하며 배웠다. 인도에서는 다양한 요가 선생님을 만났었다. 핸즈온을 기가 막히게 해 주셔서 마음까지 힐링되는 선생님, 요가할 때 웃지 않으면 카운트를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는 선생님, 호흡을 30분 동안 가르치는 선생님, 전사 1번 자세를 열의를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 요가를 안 가르치고 동영상으로 차크라의 의미를 알려주는 선생님, 그리고 내가 인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나의 선생님이었다.


요가뿐만 아니라 삶을 온기 있게 채우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아침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인사하는 방법과,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마음을 바라보는 것, 매번 마주치는 사람은 이웃이 되어 가까운 거리임에도 오토바이를 태워 숙소로 데려다주었다. 그들은 친절과 사랑을 몸으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해 주었다.


인도에선 한국에서 보다 부족하게, 조금은 촌스럽게  보이는 것들이 많지만 그 내면엔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한 영혼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요가를 안내하고 싶었다. 멋져 보이는 아사나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고 따스히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랐다. 그러고 나면 아사나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기에. 시간이 필요한 수련인 것이지 어렵고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느꼈던 것을 당신들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당신들이 열심히 요가를 하고 매일 요가원에서 수련하는 그 마음처럼 요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요가가 알려주는 것은 아사나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 조금씩 변화하는 삶, 일상에 녹아있는 감사,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라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이런 것들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순수함을 발견하게 하는 것. 남들과 다른 길에서 살아가도, 조금 부족해도, 요가를 하는 삶은 이렇게나 온전히 살아감을 느끼게 한다.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


요가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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