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어때 Feb 11. 2020

사심으로 추천하는
속초 맛집 두 곳

함흥냉면과 문어국밥


이상하게도 속초의 바다는 유독 짙고 거칠다. 높이 치는 파도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짙은 색도 언제나 강한 느낌을 준다. 고성과 양양 사이에 있지만 두 바다와는 영 다른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속초의 바다는 여행의 추억과 더불어 강렬하게 기억된다. 그 추억 속에서 함께한 맛집 두 곳을 사심을 가득 담아 소개해본다. 




함흥냉면옥


얇고 쫄깃한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비벼 먹는 함흥식 냉면, 그리고 부드럽고 짭쪼름하면서도 담백하고, 끝에 살짝 바다 향이 나는 명태회무침. 명태회를 얹어서 먹는 비빔냉면을 가장 처음으로 고안했다는 집이 있어 고민 없이 발걸음을 향했다.



갯배 타는 곳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함흥냉면옥. 오랜 역사가 흘렀다기에 너무 신식의 건물은 얼마 전에 리모델링한 듯했다. 가게로 들어서니 식사시간이 살짝 지났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층으로 안내받았다.



수저통에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본으로 가기로 했다. 냉면 두 그릇을 단촐하게 시켰는데 중간 사이즈의 주전자가 하나 나온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따뜻한 육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컵에 따를 때부터 구수한 향기가 풍긴다. 오랫동안 끓인 게 틀림없는 맛으로 속을 덥혔다.



곧 냉면이 나왔다. 냉면 그릇 두 개와 또 등장한 주전자. 주전자에 담겨 있는 것은 냉육수로, 취향에 맞게 비빔 냉면에 부어 먹으라는 배려다. 덕분에 냉면 두 개만 시킨 허전한 식탁이 꽉 찼다. 



야무지게 돌돌 말린 면발에 명태회와 배, 오이 고명이 올라가 있다. 모두 넉넉하게 들어있으니 모자랄 걱정은 없다. 오이 해이터라면 미리 꼭 말해서 오이를 제거해야 할 듯.



가위를 집어들고 계란을 한쪽으로 쓱 밀어둔 다음 면을 자른다. 직접 뽑는 냉면은 탄력이 좋아 미리 자르지 않으면 먹기가 곤란해진다. 하얀 옷을 입고 있기라도 한다면... 최소 두 번의 가위질을 하는 것이 팁 아닌 팁이다. 미리 잘라둔 면은 비비기에도 편하다.



명태회 한 점과 함께 입으로 가져간다. 힘이 남다른 면발과 조화를 잘 이룬 양념이 혀에 착 감감긴다. 씹을수록 명태회의 맛이 어우러져 완벽한 한 입이 된다. 젓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이 다 비어 있다.



다 먹고 나서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쓰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쉽기 그지없지만, 아마도 다음 번 속초 여행에도 다시 찾아올 것이 분명하므로 미련을 두지 않기로 한다.


<함흥냉면옥>
운영 시간 : 10:30~20:30
메뉴 : 함흥냉면 9,000원, 물냉면 9,000원, 손찐만두 7,000원, 돼지고기 수육 28,000원






속초문어국밥


아무리 바다가 좋다고 해도, 겨울 강원도의 온도가 서울보다 높다고 해도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육지 촌놈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세차다. 당연히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지난 여행에서 만났던 속초문어국밥집이 떠올랐다. 



속초문어국밥집은 속초 중앙시장 외곽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문어국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문어로만 끓여내는 국밥인 것 같아서 무척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는 한우 국밥 위에 살짝 데친 문어가 얹어져 나오는 식이다. 사장님은 문어국밥이 나올 때마다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문어를 국밥 국물에 샤브샤브하듯이 담궈뒀다가, 와사비간장에 찍어 드세요~"



사장님 말씀대로 살얼음이 낀 문어를 한 점, 살짝 떼어내 펄펄 끓는 국밥 국물에 담궈 둔다. 눈으로 문어가 하얗게 익어가는 게 보인다.



적당하게 쫄깃해졌을 때 건져서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맛있다.



국밥은 한우로만 끓여낸다고 적혀있는데, 간이 슴슴한 편이다. 대신 데친 문어가 제법 짭짤한 편이다. 밥을 말아 문어를 한 점 얹어 먹으면 간이 딱 맞는다. 얼큰한 맛을 원하는 식객을 위해 청양고추와 양념장도 준비되어 있다.


따뜻하게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바닷바람에 시리던 귀끝은 어느새 따뜻함에 발갛게 물들어있다. 실제로 한우와 문어를 함께 먹었을 때의 궁합은 꽤 좋은 편이라고. 뱃속부터 뜨끈해지는 것이 여행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된다.


<속초문어국밥>
운영 시간 : 08:00~20:00
메뉴 : 문어국밥 10,000원(특 15,000원), 문어 계란말이 10,000원, 육회비빔밥 10,000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른 빛과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드러나는 투명한 바다가 매력인 속초. 실향민의 아픔이 서린 아바이마을의 순대도 그 유명한 닭강정을 골라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맛집을 들러보자. 여행의 맛을 높여주는 선택이 될 것이다.

속초 여행 갈 때 숙소는

여기어때에서 예약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뜨끈뜨끈, 겨울에 딱이야! 온천 스파 핫플 BEST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