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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May 31. 2019

베트남 타이거슈가 알고보니 가짜?

나도 깜빡 속을 뻔했네

얼마 전 인스타그램 광고에 타이거슈가 런칭한다는 소식을 보고 매우 기대했었다.

오오오오


그러던 찰나, 페이스북 광고에 타이거슈가가 뙇! 그랩 앱에도 타이거슈가가 뙇뙇!

우와아아 타이거슈가 시켜먹어야지


한국에서는 아직도 줄 서서 먹는다는 타이거슈가가 베트남에 오다니, 나는 줄 안 서고 배달 시켜먹을 생각에 괜시리 마음이 두근두근했던 건 사실이다. (베트남은 당연히 배달이지!) 3월 가오슝 여행갔을 때 타이거슈가 버블티가 정말 맛있어서 두 번이나 갔기 때문에 그 맛을 곧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지금 베트남에 있는 타이거슈가는 가짜라는 얘기가 나왔다. 아니 이게 무슨 블루보틀 런칭하기 전에 블루보틀 로고랑 컨셉 그대로 갖다넣은 카페 오픈하는 얘긴가.


그것이 베트남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공식 계정에는 오픈 언급이 없다

먼저 타이거슈가 베트남 상륙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https://tigersugar.com)와 공식 SNS 계정(https://www.instagram.com/tigersugarvietnam/)을 찾았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최근 오픈한 대한민국 서울은 나와있는데 베트남은 없었다. 홈페이지는 업데이트가 좀 느릴 수도 있지, 내가 본 인스타그램 광고의 계정을 찾아갔더니 역시 오픈에 대한 언급이 없다. 6월 중에 오픈한다는 얘기 뿐.


아직 베트남이 없네...
장소 정보도 없고 오픈 공지도 아직 나오지 않은 공식 계정

마케팅 담당자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런칭했는데 지점 정보랑 오픈일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여기서 아주 흔한 오픈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리도 없고... 또 베트남이라면 그 앞에서 박력 넘치는 사자 탈춤도 있어야하는데 그런 소식 또한 SNS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 직원 구한다는 포스팅만 있어서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는 데 믿음이 갔다.


얼핏보면 비슷한 디자인, 자세히 보면 다르다

처음에는 구글에 'Tiger Sugar Vietnam'이라고 쳤다가 정말 매장이 오픈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를 사칭한 업체의 홈페이지(https://tigersugar.com.vn)가 가장 상위에 노출됐다. 그 다음에는 내가 직접 뭐가 다른지 찾아보려고 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완전히 다른 브랜드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타이거슈가 공식 홈페이지. 검정 + 골드 컬러로 모던/심플
타이거슈가 사칭 홈페이지. 할말하않...

먼저 진짜 공식 홈페이지와 진짜를 사칭한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가보니 디자인 느낌이 좀 많이 달랐다. 원래 타이거슈가는 검은 바탕에 모던한 한자가 배치돼 있는데 사칭한 브랜드 홈페이지에는 갑자기 호랑이 얼굴이... 게다가 타이거슈가의 메인 카피는 'Brave as a Tiger'인데 가짜는 'Be a Tigerian' 이다. (....)


(좌) 진짜 타이거슈가 로고 / (우) 가짜 타이거슈가 로고

SNS에 있는 타이거슈가 로고는 이렇게 두 개 나란히 놓으니까 차이가 보이지 가짜만 보면 순간 어? 진짜인가? 싶을 정도다. 가짜 로고에는 또 'Brave as a tiger'가 제대로 들어가 있다. (...일관성 어디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하나는 'tigersugarvietnam' 이고 하나는 'tigersugarvn'이다. (오마이갓)

(좌) 진짜 타이거슈가 인스타그램 / (우) 가짜 타이거슈가 인스타그램


(좌) 가오슝 타이거슈가 매장 / (우) 호치민 3군 가짜 타이거슈가 매장

매장 외관도 완전히 다르다. 진짜 타이거슈가는 한자로고와 브랜드 이름, 메인 카피만 나와있는데 가짜에는 갑자기 분위기 버블티 사진에 호랑이 그림... 내가 사진 찍은 3군 매장은 그래도 차이가 확 나는데 1군 매장은 텍스트 간판을 배치해서 진짜와 조금 더 흡사하다. 그 앞에서 버블티 잔 들고 사진 찍은 사람들도 있다...


(좌) 가오슝에서 찍은 사진 / (우) 호치민에서 그랩푸드로 받은 사진

그런데 구글맵 리뷰에서 본 후기 사진을 보니 컵 디자인은 정말 차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비슷했다. 음료는 맛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 오늘 마셔봤는데 내가 모르고 다른 메뉴(그냥 제일 위에 있는 거) 시켜서 마셔봤는데 맛은 완전히 달랐고 일단 버블 사이즈가 오리지널보다 훨씬 작았다. 그리고 컵 디자인도 자세히 보면 다름.


음식 배달 플랫폼은 잘못이 없는가?


자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내가 이 가짜 브랜드를 진짜라고 철썩 믿게된 건 인스타그램에 타이거슈가 런칭 예고 광고가 올라온 것, 그리고 기가 막히게 그 시기와 딱 맞물려 그랩 푸드의 페이스북 광고와 그랩 앱 메인에 떡하니 나온 타이거슈가 이미지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랩 푸드에서 카테고리 중 '시그니처'에 공식인 거 같은 체크마크(지금 보니까 공식이 아니고 Preferred 마크... ) 를 달고 가짜 타이거슈가가 들어가 있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페이스북 광고에 쓰인 이미지는 진짜 타이거슈가 매장 이미지를 갖다쓴 거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달라고 그랩에 메일 보내둔 상태다. (메일 보낸지 8일 짼데 아직 답변 없음...)


처음에는 그랩이나 푸디(나우)와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은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모든 프랜차이즈를 검증할 여력도 없을테고, 정당하게 사업자를 낸 매장인데 입점을 거절하기도 모호할테고. 이 플랫폼의 역할은 오프라인 매장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 매장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공신력있는 다른 기관에서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상표권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에서 그 매장 내리면 그만일테고...


하지만 적어도 광고에 진짜 타이거슈가 매장의 이미지를 쓸 거면 베트남에 있는 매장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했어야 했다. 그랩푸드 이름 달고 나가는 광고인데 최소한의 검수도 하지 않다니...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몰랐을 수 있지만 일반인인 내가 잠깐 찾아보기만 해도 진짜하고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데 이런 사소한데서 그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 광고를 올린 사람은 정말 몰랐을까?


가짜가 흥하면 진짜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진다


미로 같은 사이공스퀘어 내부

사실 호치민에서 생활하면서 유명 브랜드를 그대로 베끼는, 소위 말해 짝퉁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관광지로도 유명한 사이공스퀘어에 가면 루이비통, 구찌, 샤넬, 고야드 가방은 널렸고 최근 유행한 발렌시아가 운동화는 5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폴로, 라코스테, 나이키, 언더아머도 장당 5천원이면 진짜 티셔츠하고 얼핏 눈으로 봐선 잘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브랜드 로고를 무지 피케티에 넣어주기도 한다 (...)


참, 가끔 정품 만드는 공장에서 뒤로 물건을 몰래 빼내 진짜하고 똑같은 물건들이 나온다고도 한다.


화려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아이러니한건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호치민에서 가장 큰 백화점, 타카시마야 백화점이 있고 거기엔 또 진짜 브랜드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이공스퀘어 갈 때마다 아주 오묘한 기분이 든다. 가짜 나이키 티셔츠를 사서 봉지에 넣고 진짜 나이키 매장에 가서 구경하는 기분이란... 가격은 거의 10배 차이인데 눈으로 볼 때는 잘 모르니.


사이공스퀘어와 타카시마야 백화점 앞 그 길은 그야말로 시뮬라크르와 이데아가 공존하는 곳이다.

나는 정말 철학을 잘 모르지만 저 장소에 가면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 경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남편이 베트남 동료들에게 '사이공스퀘어에 진짜 브랜드 제품 (그러니까 공장에서 풀린 것들) 도 있냐'고 물었더니 상대방이 아주 철학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What is real?

(우문현답...)


이렇게 손쉽게 가짜를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진짜가 가치없어 질 것 같지만... 오히려 진짜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진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은 여기에도 매장이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을 굳이 한국에서 직접 사 달라고 요청한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을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라자다나 쇼피에 입점한 제품 중에 워낙 가짜가 많아서 눈으로 확인하고 돈을 결제하려고 COD (물건 받고 확인 후 현금 지불)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온라인 쇼핑인데 온라인 결제를 안함.... 이건 나중에 또 써봐야지)


레알 부자

또 부유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페라가모 벨트, 구찌 가방, 샤넬 지갑...이 아니고 아직까지는 복제품이 많지 않은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이 더 각광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지나가다가 본 베트남 부자 (* 여기 빈부격차가 심해서 부자들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부자다) 들은 슈퍼카 (차는 세금이 거의 차 값만큼 붙어서 한국 가격 2배) 에 앉아서 애플 워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들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비행기 타고 다닐 것이다.



얘기가 샜는데...

결론은, 베트남에 타이거슈가는 6월 중에 런칭한다고 하니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잘 살피자는 것!


* 타이거슈가 공식 홈페이지

https://tigersugar.com/


* 타이거슈가 베트남 공식 SNS

https://www.instagram.com/tigersugarvietnam/


타이거슈가 먹고싶다...


** 혹시 제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거라면 꼭 알려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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