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피크 시즌에 떠난 극한 여행
요즘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게임, 포켓몬Go. 워낙 유명하니 게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여튼 기회가 닿아서 우리 부부도 속초로 떠나게 됐다.
출발하기 전에는 맛집을 알아보면서 기대에 잔뜩 부풀었었다. 심지어 버스에 타고 난 다음에도 곧 속초에 도착하겠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우린 아침 7시에 출발해서 3시간이 지나도록 도로 위에 있었다. 아차, 지금이 여름휴가 피크 시즌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던 것이다. 놀랍게도 3시간 동안 고작 60km를 움직였다는 사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하게 나온걸까. 게으른 여행을 지향하는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차가 너무 막혀서 휴게소도 들르지 못하고 계속 버스 안에 있었는데 슬슬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비행기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공간의 방에 갇힌 느낌으로 한참 지나고 나니 포켓몬Go 앱에서 하나 둘 포켓몬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시간이 출발한지 5시간은 지났을 때였다.
속초에 발을 디딘건 오후 2시. 이 시간이면 베트남을 가지... 하면서 우리는 서둘러 점심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간 곳은 속초중앙시장 근처의 88생선구이라는 식당이었다. 흔히 생선구이집하면 구워져 나오는 생선을 떠올리는데 여기는 석쇠에 올려서 구워준다. 일단 비주얼이 신선했고 자리에서 구워주는 것도 신기했다. 센 불에 바짝 익혀진 생선들은 흔한 생선구이하고는 또 맛이 달랐다. 겉은 바삭바삭한데 속은 촉촉한 그런 맛이었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를 맛 볼 수 있으니, 그것도 매력적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속초중앙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이 다 똑같지, 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나름 현대적인 모습에 놀랐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인증샷 찍기 좋은 디저트들도 눈에 띄었다.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질소아이스크림이라든지 길쭉한 병에 든 슬러시라든지... 역시 관광지에서는 뭐라도 눈에 띄어야 한다.
그다음 포켓몬이 바글바글하다는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백사장에 발디딜틈 하나 없었다. 게다가 날씨는 찌는듯이 덥고.
결국 우리는 게으른 여행자답게 10분만에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 1시간 정도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외장배터리도 충전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마 속초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슬슬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찌는 듯한 더위는 좀 사라졌다. 버스 탈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해서 우리는 서둘러 포켓몬 잡으러 엑스포타워로 향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포켓몬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포켓몬을 잡다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 떠날 생각을 하니 어찌나 아쉽던지. 지도를 보니 20분 정도 걸으면 터미널이 나오길래 우리는 차근차근 걸으면서 포켓몬을 더 잡기로 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게임의 위대함(?)을 알게됐다. 철저히 게으른 여행자인 우리를 걷게 만드는 것! 정말 대단한 게임이다.
버스에 다시 몸을 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만 10시간이 넘고 속초에 고작 5시간 있었지만 신선한 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한 장소에 1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는, 우리의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여행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참, 다시는 여름 휴가 피크 시즌에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