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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외국을 찾아서

고향 친구들과의 이태원 여행

by 앨리스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의 여행은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다. 친구들은 제주에서 지내고,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가 넉넉하지도 않은데다가 아무때나 휴가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거기다 휴가를 간신히 맞췄더니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휴가를 간다는 8월 초였다. 음... 이렇게 난관이 많을 줄이야. 한참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서울여행을 하기로 정했다.


우리가 숙소를 정한 곳은 이태원이었다. 이국적인 레스토랑이나 펍이 잔뜩 있으니 해외여행 간 기분이 나지 않을까해서! 나도 결혼하고 나서 서울, 그것도 강북쪽은 잘 갈 일이 없어서 이번 서울여행이 기대됐다.


친구들을 이태원에서 만난 다음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리차드카피캣'이라는 식당이었다. 24시간 하는 것도 신기했고 안에 야자수 가득한 인테리어가 독특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버거와 브런치!


20160806_110729.jpg 야자수 숲에서 식사하는 느낌. 밤에는 돔이 열린다는데 궁금하다.
20160806_111600.jpg 이때는 몰랐다. 우리가 1일 1버거를 하게 될 줄은.
20160806_112328.jpg 미국을 가지는 못하지만 미국미국한 맛을 느껴보자.

배부르게 밥을 먹고나서 이제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바깥 날씨는 조금만 걸어도 녹아내릴 것 같은 엄청난 더위에,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데 어딜 가야하나. 이태원에는 카페 말고는 더위를 식힐 만한 곳이 없는데...


그러다 우리는 '5분 거리'에 있다는 이슬람사원을 가보기로 했다. 5분 거리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물론 나오자마자 5분 거리가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작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가 신경 안쓰면 모르고 지나쳤을 곳에 이슬람사원이 있었다. 아, 사원에 가까워질 수록 중동 음식점과 마켓이 보이긴 했었는데 그것 말고는 특이한게 없없다. 전통적인 서울 뒷골목에 이슬람사원이 있으니 뭔가 합성시켜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 중동에 온 것 같기도 했다.


20160806_125433.jpg 한국적인 풍경 사이에 이슬람사원 정문이...
20160806_123728.jpg 가까이서 보니 더 오묘하다.
20160806_124132.jpg 사원만 보면 이 곳이 터키인지, 서울인지...


2층 예배당을 들어가보고 싶긴 했는데 거긴 남자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이 땡볕에 팔다리를 다 가리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덥기도 했고, 후다닥 사진만 찍고 이 곳을 빠져나왔다. 풍경이 이국적이긴 하지만 땡볕에 구경하기엔 너무나 힘든 곳이다. 나중에 날씨가 풀리면 우사단로 구경할 겸 해서 잠깐 들르기 좋아보인다. 그 땐 긴 옷을 입고 있어서 따로 뭔가 두르지 않아도 될테니. (아, 이 날씨에 이슬람 사원을 보니 정말 중동에 온 것 같긴 했다. 중동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원래 숙소 체크인은 3시였는데 생각보다 숙소 준비가 일찍 끝나서 우리는 얼른 들어가 쉴 수 있었다. (숙소 포스팅은 나중에 따로 하려고 한다.) 엄청난 더위에 기진맥진한 우리는 일단 해가 지기 전까지 집에서 쉬기로 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올라오느라 친구들이 고생하기도 했고...


저녁 시간 즈음 느즈막히 우리가 향한 곳은 호스트 아저씨가 추천한 맥주집이었다. 맛이 괜찮은 독일 맥주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인기가 많은지 초저녁에도 사람이 많았다. 공간이 좁아서 시끄럽기도 하고... 일단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저녁 먹고 가자고 해서 딱 맥주 한 잔만 하고 나왔다. 이 곳을 가고 싶다면 더 이른 시간에 가는 걸 추천한다.


IMG_20160806_200733.jpg 이름처럼 가볍고 청량한 느낌의 맥주 '크리스탈'

저녁식사도 호스트 아저씨가 추천한 곳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나와 큰 길만 건너면 있는 곳이었는데 랍스터 가격이 비싸지 않았던게 맘에 들었다. 랍스터 크기도 크고 맛있었지만 나는 같이 나온 볶음밥이 인상적이었다. 뭔가 바삭한 것이 곁들여진 밥이었는데 중독성있는 맛!


IMG_20160806_200649.jpg 랍스터 한 마리가 통으로 구워져서 나오는데 집게발에도 살이 가득
20160806_191251.jpg 하와이 앓이를 하고 있던 중에 눈에 띄어서 주문한 갈릭 쉬림프

기록적인 더위에 나름 머리를 쓰면서 돌아다녔는데 그럼에도, 너무 더웠다. 그나마 늦은 저녁에 들렀던 연트럴파크와 여의도 야시장에서 더위를 잠시 식힐 수 있었다.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 이야기는 따로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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